현대차 14개 계열사 노조 '통상임금 연대'…"2000만원씩 더 달라"

입력 2015-04-19 21:12
현대차 노조發 노동시장 불안

커지는 연대파업 가능성
기아차 노조가 주도…다른 계열사들 동조
'1심 패소' 현대차 노조, 공세 전환 나선 듯


[ 강현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14개 계열사 노조가 처음으로 연대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노조별로 통상임금 확대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이전에도 사내하도급, 근무체계 변경 등의 이슈로 연대회의를 조직한 적은 있지만, 연대파업까지 갈 정도로 노조들을 한데 모을 만한 동력은 없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 노조는 물론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현대자동차 노조도 연대파업에 적극적이어서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는 오는 24일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활력을 잃고 있는 경제는 이래저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 노조 “연대로 공세 전환”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의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장근로 수당도 늘어난다. 현대·기아차는 야근·주말 특근이 많은 데다 정기상여금이 연 1000%에 이르기 때문에 생산직 근로자 1인당 연간 2000만원 이상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각각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해 다시 계산한 과거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기아차 노조원 2만7000여명은 개별적으로 집단소송도 진행 중이다.

두 회사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추후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과거 부분은 대표소송 결과에 따르고 미래 부분은 임금체계 개선위원회를 조직해 임금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월 15일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상여금 시행세칙에 따라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부정됐기 때문이다.

수세에 몰린 현대차 노조는 임금체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통상임금 확대를 내걸었다. 미래 임금 체계에서도 통상임금을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1심에서 패소한 과거분도 일정 부분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그룹 계열사 연대파업을 주도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은 물론 5월께부터 진행할 임단협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쟁의조정 신청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절차상 적법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 “현대차와 다르다”

기아차 노조는 상여금 시행세♧?현대차와 같은 ‘재직자 조항’이 없어 5월로 예정된 1심 판결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임금체계 개선위원회에서 회사 측이 ‘총액임금 동일 원칙’을 내놓으면서 현장 조합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총액임금 동일 원칙이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 확대하되, 그동안 통상임금의 최대 3.5배였던 야근·특근 수당 지급 기준을 근로기준법 최저 수준인 1.5배까지 내려서 결과적으로 근로자가 가져가는 임금 총액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현대차도 임금체계 개선위원회에서 기아차처럼 총액임금 동일 원칙을 내놨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기아차와 현대차의 상황이 다른데도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순 없다”며 “고정성 요건에서 문제가 없는 계열사들은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올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은 그 어느 때보다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연대파업이 실제 이뤄지면 현대차그룹은 물론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추진하는 파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노동계의 이탈로 실패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그룹이 연대파업을 벌이면 다른 기업의 노사관계는 물론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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