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횟수 줄이고 싶은데"…여론 눈치보는 금통위원들

입력 2015-04-17 20:42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한국은행의 시계는 한 달을 주기로 돌아간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 9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 본회의가 그 기점이다. 일곱 명의 금통위원들이 서울 남대문로 한은 15층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한은 직원 2204명(작년 말 기준)의 업무 달력도 사실상 이날부터 한 달 주기다.

이렇게 보면 금통위원은 참 좋은 자리다. 중대한 결정은 한 달에 한 번만 하면 된다. 본회의 시간도 한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게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통위원들은 전원 상근직으로 바뀌었다. 약 3억원의 연봉을 받고 집무실, 전용차를 갖는다.

다른 일을 겸직하지 않고 오로지 통화정책의 나아갈 방향만 고민하는 대가다. 요즘 같은 때 4년(부총재는 3년) 임기가 보장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금통위원이 되겠다는 사람을 줄 세우면 남대문로 한은 건물에서 광화문까지 행렬이 설 것이란 우스개도 있다. 금통위원들은 억울하다고 한다. 이 자리가 우아하지도 한가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통위는 기준금리 외에도 발권 정책, 공개시장조작, 지급결제, 금융기관 검사 등을 결정한다. 이외에도 한은 예산과 결산, 조직, 직원의 보수 등 경영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갖는다.

지난해 금통위가 연 회의는 총 148회. 금리를 결정하는 둘째 주 목요일 외에도 넷째 주 목요일에 정기 본회의가 있다. 경제상황을 공유하거나 안건을 미리 논의하기 위한 위원협의회도 매년 100여차례 열린다. 회의하다 보면 한 주가 다 간다는 이들의 호소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이들이 최근 고민하는 것도 회의에 대한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본회의 횟수를 한 해 12회에서 8회 정도로 줄이는 방안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년에 8회 본회의를 열고 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도 회의 주기를 8회로 줄였다”며 “한은 금통위도 6주 주기로 조정하면 이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주기를 조정하자는 목소리는 처음이 아니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주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어떤 때는 한 달 전과 상황이 달라진 게 아닌데 한은 전체가 똑같은 논의를 진행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또 다른 논거도 있다. 경제상황을 판단한 뒤 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등 주요 통계는 한 달이 아니라 분기별로 나온다. 1년에 8회 열게 되면 분기별로 한 번은 경제전망을 내놓고, 또 한 번은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식으로 주기를 맞출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과 주기를 맞추면 대외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다. 회의를 늘리자면 몰라도 줄이자는 주장은 여러 위험이 따른다. 그만한 연봉을 받으면서 일은 적게 하겠다는 거냐는 얘기가 당장 나올 수 있다. 국정감사 때 기관별 회의 횟수는 임직원들의 ‘성실성’ 척도가 되곤 한다. ‘국민의 혈세를 받으면서 일은 안 한다’는 비판에 손쉽게 대항할 조직은 많지 않다.

성과로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반론도 있지만, 그만한 자신감과 설득력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은 역시 경제전망은 자꾸만 어긋나고 통화정책은 뒷북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금통위원 자리가 정말 우아해지려면 해결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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