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NCS 기반 채용, 능력중심사회의 시작

입력 2015-04-17 20:37
수정 2015-04-23 16:28
"현장 실무와는 큰 관계 없는 '스펙'
NCS 통해 업무 수행능력 거르고
임금보상, 인사관리에도 적용해야"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정부는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채용을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정부와 130개 공공기관은 ‘직무능력중심 채용 업무협약’을 맺었다. 130개 공공기관은 올해부터 NCS에 기반한 채용을 한다. 2017년부터는 전 공공기관에 NCS 채용이 적용된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직무능력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이다. 작년 말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해 건설, 정보통신, 문화예술디자인 등 797개 직무별 모델 개발을 마쳤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이 사용설명서(specification)를 뜻하는 ‘스펙’ 쌓기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이고 있지만 사용설명서의 일부만이 활용되듯이 대부분의 스펙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데도, 채용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구직자 874명을 대상으로 ‘취업시장에서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조사한 결과, ‘실무에 필요 없는 스펙 쌓기’(54.3%,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81.8%가 이를 포함해 ‘대기업만 바라며 장기 구직’, ‘연수 등 해외경험 필수로 생각’, ‘취업 위해 졸업유예’ 등을 비정상 행동으로 응답했다.

NCS는 불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스펙을 대체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지난 2월 초에 정부는 NCS가 스펙을 어떤 식으로 대체할지를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NCS를 기반으로 한 자기소개서, 필기평가, 면접문항 등의 예문을 담은 ‘NCS기반 능력중심 채용방안’을 만들어 NCS 홈페이지(www.ncs.go.kr)를 통해 공개했다.

NCS 채용과 기존 채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직자들을 스펙으로 거르지 않는다는 것, 관련 현장경험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경력자라도 관련 경력이 없다면 인턴경험이 있는 신입에 비해 오히려 불리하다. 청년들을 책상에서 현장으로 끌어오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공공기관으로서 올해 처음 NCS기반 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채용인원의 2배를 선발한 기초직업능력평가인 필기시험 합격자에 대한 설문조사(인력공단의 입사지원서에는 영어성적 점수나 학점을 물어보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과목이나 실무경험을 적는다) 결과에 따르면, 13%가 토익(TOEIC) 700점 미만이었고 89%가 NCS기반 채용문화 확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NCS 채용을 위해서는 구직자가 준비하고 대응하는 현장에서 혼선이 없어야 한다. 우선 올해 적용하는 30개 기관의 경우도 직무면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전에 일정 기간 채용 공지?한다. 필기평가의 경우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에 중점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기관에서 이미 직업에 대한 소양, 직무관련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채용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NCS 채용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구직자들은 NCS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NCS 채용 확대 시 인문학이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으나 이는 우려에 불과하다. 오히려 암기보다는 이해, 현장에 대한 경험 등이 필요한 NCS 채용에서 인문학적 소양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채용에서 소통, 업무자세, 사회관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와도 맥이 닿아 있다.

NCS 채용은 시작에 불과하다. 교육훈련, 임금 등 보상, 그리고 승진 등 인사관리가 NCS에 기반해 이뤄질 때 학벌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될 수 있다.

박영범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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