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법원-채권자 갈등에 동양시멘트 매각까지 '산넘어 산'

입력 2015-04-17 13:00
수정 2015-04-18 09:43
매각주관사 선정작업 수차례 파행끝에 졸속으로 진행...법원,관리인,채권자 갈등 표면위로
관리인의 동양시멘트 분리매각 지침 반대 발언 내부 이사에게 녹취당해...법원 즉각 교체
법원 “일부 후보와 짜고 친것 아니냐, 주가조작 등도 의심” 관리인 “채권회수 극대화 마케팅일 뿐”


이 기사는 04월17일(10: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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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매각방식을 두고 법원과 동양그룹 계열사, 채권자단체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과 일주일만에 ‘관리인 중도 사임’→‘법원의 새 관리인 선임’→‘매각주관사 심사 3차례 보류’→‘채권자단체 반발’ 등의 극심한 변화를 겪은 ㈜동양은 이날 매각주관사를 선정한다.

◆관리인 중도 사임...㈜동양에 무슨일이?
법원은 지난달 11일 동양시멘트 지분 55%를 보유한 ㈜동양을 동양시멘트와 분리 매각하겠다는 年㎱?정했다. 당초 ㈜동양을 매각함으로써 동양시멘트도 패키지로 매각하기로 했다가 동양시멘트만 분리 매각하기로 하고 여기에 동양인터내셔널의 동양시멘트 지분 19.1%도 얹어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법원은 동양의 변제율이 출자전환 주식을 감안할 때 67%수준이지만 동양인터내셔널의 변제율은 1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수 전 ㈜동양 관리인은 그러나 법원의 이런 방침에 계속 반발해왔다. 동양시멘트를 분리 매각할경우 동양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돼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이로인해 손실을 볼 경우 동양대책협의회, ㈜동양채권자협의회 등 단체를 구성한 2만8000여명의 채권자들이 자신을 상대로 ‘배임죄’로 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관리인은 지난 10일 내부 임원 회의에서 법원 방침과 다른 매각 방침을 지시했고, 일부 임원이 이 발언을 몰래 녹취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법원은 정 관리인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13일 오후 4시 정 관리인을 불러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정 전 관리인은 즉각 사임의사를 밝혔다. 정 전 관리인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법원이 그를 호출하기 전부터 미리 김용건 새 관리인에 대한 선임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해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법원이 정 관리인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정 관리인이 동양시멘트 인수후보들과 사전에 접촉했다는 소문이 돈 것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 관계자는 “정 관리인이 ㈜동양과 동양시멘트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일부 후보가 나타난 것을 파악하고 통매각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으로 법원이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 후보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정 관리인은 “채권 회수 극대화를 위해 동양시멘트 매각 흥행과 마케팅 차원에서 많은 인수후보들을 접촉했다”며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후보를 밀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또 ㈜동양의 채권자 단체에 대해서도 일부 주가조작 세력이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이들이 주장하는 ㈜동양 통매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들이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동양 주식을 일부 매각해 일부 투기세력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동양 주가 흥행을 노리고 통매각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원일 ㈜동양채권자협의회 대표는 “투기세력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2만8000여명을 모두 투기세력으로 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정관리 기업 가운데 관리인이 임기를 못채우고 중도에 사임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텔레콤의 경우 관리인과 노동조합같의 갈등으로 법원이 해임했고, 2013년 미리넷솔라의 경우 관리인이 M&A를 앞두고 인수후보와 뒷거래를 시도하면서 법원이 관리인을 전격 해임했다. 담당 판사와 관리인간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4년에는 대우자동차판매 자회사인 대우송도개발이 파산절차를 밟으면서 관리인이 보수 못받았다고 법원을 상대로 관리인 보수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이 관리인을 사임시키고 새 관리인 선임하는 절차에서 채권자들이 철저히 배제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모 은행 기업회생 담당자는 “경남기업 사태 이후 채풔?주도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겨, 법정관리제도가 더 나은 제도임이 증명되고 있다”면서도 “법정관리 제도가 장기적으로 워크아웃제도를 흡수하려면 법원이 관리인 선임 절차나 주요한 경영상 의사결정 과정에서 채권자들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007첩보작전’방풀케한 매각주관사 선정
동양시멘트가 최근 일주일 사이 매각방식과 매각주관사 심사 일정이 수차례 바뀌고 엉키면서 1년여간 준비해온 국내 회계법인들과 증권사들은 허탈해하는 표정이다. 동양시멘트 매각을 추진하는 최대주주(지분율 55%) ㈜동양은 16일 열기로했던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T) 심사를 당일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동양시멘트 매각(M&A)을 위해 삼일PwC·딜로이트안진·삼정KPMG·EY한영 등 ‘빅4’회계법인과 NH투자증권은 당초 지난 15일 PT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성수 ㈜동양 관리인이 지난 13일 갑자기 교체되는 바람에 일정이 한차례 미뤄졌다.

이후 IB들은 다시 16일 PT심사를 한다는 통보를 받아 발표를 준비했지만 또 다시 미뤄졌다. 김용건 ㈜동양 새 관리인은 16일 매각주관사 후보들이 PT발표를 하기에 앞서 제시한 매각방안 보고서를 살펴 본 결과 대다수 IB들이 법원의 방침과 다르게 동양시멘트 분리매각이 아닌 ㈜동양과 시멘트를 합쳐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고 17일 다시 PT심사를 하기로 했다. 17일 매각주관사 PT심사는 채권자단체들의 반발을 고려해 장소도 기존 ㈜동양 본사에서 서울上潭峙萱막?바꾸고 극비의 보안아래 진행됐다.

IB업계는 1년여를 공들여 준비한 동양시멘트 매각 방안 PT심사가 법원과 관리인의 입장 번복으로 15일에서 16일, 17일로 잇따라 연기됐고, 장소도 바뀐데다 매각 방식도 ‘통매각’위주에서 ‘분리매각’으로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불만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관리인의 갑작스러운 교체로 매각방식을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기업 가운데 이렇게 매각방식이나 매각주관사 선정 일정이 자주 바뀐 사례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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