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스코은행처럼…한국 이마트은행 가능할까

입력 2015-04-16 21:15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

임종룡 금융위원장 "은-산 분리 완화 검토"
비금융사 은행업 진출은 세계적 추세
인터넷은행 활성화 해야 금융산업 활력


[ 박동휘 / 김일규 기자 ] 가까운 미래의 이마트 매장. 주부 A씨는 더 이상 결제를 위해 줄을 서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상품 바코드에 대면 미리 개설해놓은 ‘이마트 계좌’에서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사는 물건 근처에 가면 공짜 쿠폰이 스마트폰 알림창에 뜬다. 이마트는 A씨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특화 대출이나 펀드 상품까지 안내한다.


앞으로 이마트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를 상상해본 모습이다. 영국에선 대형 유통사 테스코가 테스코은행을 통해 이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고, 미국 월마트도 작년 10월 고뱅크와 제휴해 모바일 계좌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선 아직 이마트은행은 불가능하다. 산업자본이 은행업을 겸업할 수 없다는 ‘은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은산분리 원칙을 일부 완화해서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에 칼 댈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 축사를 통해 “인터넷은행이 한국 금융산업의 역동성과 활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회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 이상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조정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기업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중견·중소기업도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쟁점은 또 있다. 신세계 이마트처럼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묶여 있는 대기업 집단의 인터넷은행 진입을 허용할 것인지다.

○인터넷은행 세 번째 ‘도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비금융 기업이 은행의 고유 업무를 잠식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각축을 벌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독일 피도르은행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 수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 컨설팅업체 핑거의 이정훈 전략본부 상무는 “글로벌 금융혁신의 공통점은 은행 외부에서 혁신이 시작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도 이날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이 잘 돼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 같은 판단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은산분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을 핀테크 후진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꼬집는다. 2002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도가 있었으나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 은행업 진출을 무분별하게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은행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자본금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하고 최소한의 실물 점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명 계좌 금지 등 금융실명제를 강화한 것이 엊그제인데 금융실명제의 근간인 대면 확인을 포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공청회 결과 등을 반영해 오는 6월 정부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을 위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는 대신 기존 은행법을 개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국회 입법이라는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한다.

박동휘/김일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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