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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5년치 기금운용위 회의록 전수조사
2012년 국감 때도 불성실 지적
기금위원 20명 중 33%가 불참…권한 막강한데 책임은 없어
자산운용 전문가 '0명'
환헤지·공매도 등 개념 몰라…"쉽게 설명해달라" 회의 헛바퀴
[ 좌동욱 / 서기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16일 오후 3시58분
지난 5년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평균 3분의 1이 기금운용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위원의 절반 정도는 리스크(위험)와 수익률의 기본 관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전 기금운용위원)는 비판을 받았다. 벤치마크, 주식 대여, 환헤지 등 국민연금 운용 체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개념조차 숙지하지 못해 외부 전문위원들이 혀를 차는 광경도 수차례 나타났다.
○5년간 회의록 들여다봤더니…
정부가 이르면 상반기 중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은 2010 羞壙?2014년까지 5년간 기금운용위 회의록을 전수 조사했다. 이 회의록에는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중장기 자산 배분 등에 대한 투자 전략과 내부 규정(지침) 등을 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드러나 있다.
기금운용위는 연평균 5~6차례 열렸다. 회의 시간은 회당 2시간씩 연간 총 10~12시간에 그쳤다. “연 10차례 이상 회의하고 1박2일 회의 등으로 전문성을 보완하는 해외 연기금들과 대조적”(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기 자산배분안, 의결권 행사 지침, 전략적 환헤지 목표 비율 등 국내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안건들이 이 자리에서 결정됐다.
○정원 미달로 안건 상정도 못해
기금운용위에 불참한 위원은 평균 6.6명(33%)이었다. 위원 중 단순한 질문이나 의견 개진 등의 발언만 한 위원도 8.4명(42%)이나 됐다. 20명의 위원 중 15명(75%)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형식적으로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회의록은 법령 개정으로 작년 5월부터 공개됐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차관급 위원들은 대리 참석이 가능한데도 연평균 참석률이 17.9%에 그쳤다. 1년에 한 번 정도만 참석했다는 얘기다. 기금위원들의 불성실한 출석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투자 결정 권한을 지닌 기금운용위 위원들이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구조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 ? 책임이 없으니 회의에 불참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1차 회의에서는 표결 정족수(10명)를 채우지 못해 안건을 상정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 측 차관 4명은 매번 불참하는 걸로 해놓자”(이정식 위원)는 목소리가 기금운용위 회의에서 나올 정도였다.
○수익률-리스크 관계도 파악 못해
토론도 생산적이지 않았다. 위원들이 ‘벤치마크 수익률’ ‘공매도’ 등과 같은 경제용어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해 회의가 헛돌기 일쑤였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발언도 종종 등장했다. 외부 전문위원들이 이해를 시키느라 귀중한 회의 시간을 허비했다. 회의 주제와 무관한 감사보고서의 ‘표준 문구’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위원도 있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전 기금운용위원)는 “위원들이 사용자 대표, 노동계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기초적 질문과 대답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500조원의 기금 투자 전략과 기본 원칙을 정하는 법적 기구다.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경우 국가 재정뿐만 아니라 국민의 노후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감사원은 국민연금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기금운용위 전문성과 심의 기능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조치토록 했다. 감사원은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기금운용위)에 자산운용 관련 전문가가 사실상 한 명도 없다”며 “기금운용위 위원 구성이 1988년 출범 당시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는 “글로벌 저금리로 모든 국부펀드가 수익률 제고를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려면 비전문가 위주의 현행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동욱/서기열 기자 lef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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