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관련 용어 개선 바람직
국회 발의된 보건법 서둘러야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엔 ‘더불어 행복한 사회, 바른말 쓰기부터 함께해요’라는 슬로건으로 ‘장애우’나 ‘장애자’는 ‘장애인’으로, ‘일반인’ 또는 ‘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 표현할 것을 강조한다.
필자가 20대 시절 공중보건의로 파견 근무를 했던 서울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패럴림픽 개최 직전 해인 1987년까지 장애인올림픽의 공식 명칭을 ‘장애자올림픽’이라고 썼다. 대회 직전에서야 관련 단체의 지적으로 ‘장애인올림픽’으로 바꿨다. 1990년대 이후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의미의 ‘장애우’라는 표현을 일부에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남녀노소가 다 포함된 ‘장애인’이 맞는 표현이다. 일반인들이 더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단어는 ‘비장애인’이다. 아직도 무심코 ‘정상인’ ‘일반인’이란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비장애인’이 맞다.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짧은 기간에 장애인 관련 법안도 많이 제정됐다. 국내 장애인 관련 법안으로는 장애인고용촉진법과 장애인연금법, 장애인복지법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장애인의 보건과 건강관리에 대한 법률이 없다. 장애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의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장애인은 치료 후 사회로 복귀해 생활할 때 비장애인에 비해 합병증 발생이 많다. 신체 기능 유지를 위한 건강 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보건의료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2013년 말 장애보건법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이 법률엔 장애 발생 초기재활 치료와 재활의료 전달체계, 장애인의 생애 주기 건강 관리에 대한 내용 등 장애인의 보건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질병과 사고 후 전문재활치료를 충분히 받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해 장애에 수반한 건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는 토대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제회의 등에 참석하면 동남아·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장애인 재활의료 체계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의료를 사보험에 의지하는 미국은 소득 수준에 비하면 장애인 재활의료의 공공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은 시스템 자체는 좋지만 국민들에게 많은 부담을 요구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은 교통망을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기본을 잘 지켜간다면 현재 난마처럼 얽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 좋은 장애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조속히 법률을 제정해주길 기대한다.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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