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작은 정부'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입력 2015-04-16 20:23
권력 비대화에 따른 부패 혼란상
정부 자원배분 강제력 최소화하고
민간영역 확대하는 게 최선 방책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당분간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으로 접어들 것 같다. 관련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그 진위를 알 수 있겠지만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큰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결과가 어떻게 밝혀지든 지금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우리가 어떻게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특히 정치권을 둘러싼 부정부패를 줄이거나 일소하느냐의 문제다. 즉 어떻게 부정부패로 인한 사회 혼란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느냐의 문제다.

국가는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의 질서 유지에 필요한 규칙을 지키도록 강요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 기구다. 또 정부는 국가의 강제력을 집행하는 기구며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책무를 진다. 따라서 국가와 정부는 한 사회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정부의 고유한 영역에 속하는 강제 범위를 넘어서면 정부는 이제 자원배분의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寬?영역에 간섭하는 범위가 넓고 깊어질수록 강제가 보편화된다.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은 이런 강제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높이려는 유인(誘因)을 가지게 되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정치 활동에 소요되는 자원을 얻는다. 이들이 가진 강제력이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포획(捕獲)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다. 정부는 항상 인자하고 특단의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맹신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유한 강제영역을 넘어 폭넓은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요구를 정책화한다.

정부는 항상 자애롭고 유능하다는 믿음은 정부 권력의 비대화를 초래하고, 비대한 권력 주변에는 생산 활동과는 관계없는 유무형의 ‘떡’과 이권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를 서로 차지하려는 다툼은 건전한 사회 질서의 존속을 위협한다. 부정부패는 비대한 권력을 둘러싸고 생기는 필연적 현상이다. 성 전 회장 자살 사건이 부른 지금의 혼란상은 권력 비대화에 따른 한국 사회의 담합 구조와 부정부패의 상존성(常存性)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사회 질서의 보존과 유지는 법이라는 공식적 제약에 더해 도덕과 윤리 등의 비공식적 제약이 지켜질 때 가능하다. 그러나 법으로써 인간의 모든 행동을 규율할 수는 없으므로 법은 최소한의 금지 사항만을 적시하고 규율한다. 나머지는 개인들 스스로 지키는 도덕과 윤리 등으로 뒷받침돼 사회 질서가 유지된다. 물론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가 부정부패와 사회 혼란을 걱정할 이유는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이런 사회는 聆舊?않다.

사정이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가진 자원배분의 강제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정부 영역은 국방과 치안, 법치의 개념에 걸맞은 법의 엄정한 집행 등에 국한하고, 다른 모든 영역은 민간이 담당하는 것이다. 생산적 활동 없이는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남에게 공헌해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과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사회 질서는 온전히 유지되고 평화가 깃든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현자(賢者)에 의한 현명한 인치(人治)를 항상적(恒常的)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부정부패는 정부와 정치권이 가진 막강한 권력에 그 원인이 있다.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서도 이들 권력을 줄이고 민간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부정청탁 방지법 몇 개를 더 만들더라도 비대한 권력 주변의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정부는 항상 자애롭고 유능하다는 맹신에 갇혀 끝내 깨어나지 못한다면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도 없고 국가 번영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원론적인 ‘작은 정부’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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