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지하철 추돌·요양병원 화재…'세월호' 이후에도 대형사고만 20건

입력 2015-04-15 22:29
여전한 안전불감증

대형건물 비상구엔 상자 수북…안전의식은 되레 후퇴
선박 불법개조 관리 소홀…3척 중 1척, 선원 승선기록 없어


[ 윤희은/박상용/김동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달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참사 이후에도 국민의 안전의식은 잠깐 끓다 식어버린 냄비 체질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의 비상구는 막혀 있거나 찾기 어렵고, 광역버스는 여전히 입석 승객을 가득 태운 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참사 이후에도 20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인명 사건들이 안전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뒷걸음질친 안전의식

세월호 참사로 인명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졌다지만 실제 안전의식 수준은 뒷걸음질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평가한 국민 안전의식 수준은 지난해 100점 만점에 17점을 기록, 2007년(30.3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하 노래방 등을 이용할 때 대피로를 확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15일 찾은 서울 명동에 있는 대형 종합쇼핑몰 ‘눈스퀘어’의 지하 1층 비상구 앞에는 상자 10여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비상구 등 피난시설과 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면 관련법에 따라 50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시설관리 관계자는 “업주나 가게 주인들이 ‘과태료는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나도 별수 없다”고 했다. 방문객이 가장 많은 대형마트 중 하나인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3층에서 만난 직원에게 비상구 위치를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해당 층에는 14개의 비상구가 있었지만 비상대피로 안내도에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아 찾기 어려웠다.


◆계속되는 인명사고

이같이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실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간 인명사고는 20건. 올해 2월에만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많았다. 지난해 10월에는 경기 판교에서 환풍구가 무너지며 16명이 사망했다. 올 2월에는 인천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던 목포 해경의 헬기가 착륙장 시설 미비로 추락해 네 명이 사망했다.

판교 환풍구 사고 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 시내 전철역 환풍구는 여전히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4번 출구 앞 가로 2m, 세로 30m 크기의 환풍?위에는 오토바이 5대가 주차돼 있었다. 행인 역시 네 명 중 한 명꼴로 환풍구 위를 걸었다. 직장인 김성준 씨(35)는 “판교 사고로 위험하다는 건 아는데 보행로가 좁아 별수 없이 환풍구 위를 지나게 된다”고 말했다.

광역버스 입석도 여전했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30분께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일산과 파주 등지로 향하는 광역버스는 다섯 대에 한 대꼴로 입석 승객을 태웠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광역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광역버스 좌석제’를 시행했지만 이용자들의 반발로 한 달여 만에 철회했다.

◆배 508척 중 163척 관리 안돼

세월호 좌초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선박 불법 개조도 여전했지만 이를 시정하기 위한 관리 감독은 미흡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선박 불법 개조 정황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가 두 건 있었다”고 발표했다. 선박검사 대상인 배 508척 중 163척에서 선원의 승·하선을 규정대로 기록하지 않는 등 선원 감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낡아가는 인프라 시설 개선을 위한 투자에도 여전히 인색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인프라 고령화율은 2012년 9.3%에서 지난해 11.0%로 높아졌다. 교량, 철도, 옹벽 등 공공 시설물이 준공 이후 30년이 지나 안전사고에 취약할 가능성을 측정한 수치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프라 건설이 활발했던 1970년대 이후 30년 이상 지나면서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프라 교체 및 유지보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박상용/김동현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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