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 가봤자 일 많고 수당도 적고…" '칼퇴근' 구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입력 2015-04-14 21:07
서울시·구, 꽉 막힌 인사교류

업무강도 강해 시 근무 기피
구청당 파견인력 1명 불과
미운털 박히면 강제 전출도


[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25개 구청과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지난해 도입한 ‘시·구 공무원 인사 교류’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의 업무 강도가 세고, 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구청 공무원들이 서울시 근무를 꺼리고 있어서다.

시 인사과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자치구당 7명씩 총 175명의 구청 인력을 시와 교류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파견된 구청 인력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8명에 불과하다”고 14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은 2013년 행정직군을 대상으로 매년 자치구별로 4~5급 중 1명, 6급 2명, 7급 4명 등 7명을 시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민선 지방자치 시행 이후 시와 구청 간 인사 교류가 사실상 끊어지면서 업무 협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일부 구청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행정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인사 교류를 시행한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올 상반기 시에 파견된 구청 인력은 36명으로, 구청당 두 명 남짓에 불과하다.

시 인사기획팀 관계자는 “본인 동의 없이는 강제로 공무원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전보할 수 없어 현재는 해결 방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 한 공무원이 서울시장과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전출명령 취소 소송에서 임명권자가 본인 동의 없이 공무원을 다른 지자체로 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신청자에 한해 인사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구에서 파견된 시 간부는 “시의 업무가 구청의 몇 배 이상이다 보니 구청 공무원들이 시 근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 공무원 대부분이 거의 매일 야근하는 것과 달리 구청 공무원은 대부분 오후 6시 칼퇴근한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에 파견되면 보직이 하향 조정되는 점도 근무를 꺼리는 이유다. 각 구청 보직과장이 5급 사무관인 데 비해 시청에선 해당 직급이 과장 밑 팀장을 맡고 있다. 구청 공무원이 출장여비 등을 포함해 시 공무원보다 매달 30만~40만원의 수당을 더 받는 점도 시 근무를 꺼리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청 공무원들은 “구청장들이 시·구 인사 교류라는 명목으로 마음에 안 드는 공무원을 시청으로 쫓아내려 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새 구청장이 당선될 때마다 전임 구청장의 심복들을 서울시에 파견하는 행태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일부 구청에선 승진 예정자를 대상으로 그 대가로 ‘시 파견 동의 각서’를 받는 등의 편법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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