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 기초가 강해야 융합시대 승자 된다
(1) 기초 약해진 이공계 대학생
수능 과학선택 2개로 줄자 쉬운 과목만 몰려
전공 못따라가는 학생 너무 많아 특별강좌도
美는 대학과목 미리 듣는 고교생만 年5만명
[ 임근호 기자 ]
연세대 기계공학부 3학년인 김모씨(22)는 강의시간만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전공과목이 늘어가는데 좀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서다. 엔지니어의 꿈을 품고 공대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제때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배우는 공학물리에서 C학점을 받았다. 기초가 부족한 채로 2학년에 올라가다 보니 고체역학 열역학 등 난도가 높은 전공과목에선 더욱 헤맸다. 저조한 학점 탓에 벌써 취업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물리2를 배우고 대학에 들어왔으면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수강하는 데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 선택 과목을 줄여왔다. 하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채 대학에 들어가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이공대 진학자들이 대학 전공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물리2 응시생 비율 1.7%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에서 물리2를 선택한 수험생은 3953명에 그쳤다. 과학 탐구(8개 과목)에 응시한 사람 중 물리2 응시자 비중이 1.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1학년도의 2만5228명(11.1%)에서 4년 만에 6분의 1로 급감했다. 화학2 응시자 역시 2011학년도엔 5만6232명(24.7%)에 달했으나 2014학년도에 1만2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선 5453명(2.4%)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2014학년도 수능부터 선택 가능한 과학 과목 수가 2개로 축소된 탓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대학 문을 뚫어야 하는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등급을 딸 수 있는 과목에 몰리게 된다. 작년 수능에서 물리2로 1등급(상위 4%)을 받으려면 50점 만점에 48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생명과학2는 42점 이상만 받으면 됐다. 생명과학2에선 두세 문제를 틀려도 1등급에 들 수 있지만 물리2는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선 대학 전공과 무관하게 물리2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서울대 신입생도 기초 태부족
대학 입학 후 이공대 신입생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건 서울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 공대의 한 해 입학 정원은 800여명. 이 가운데 한 해 250명가량이 물리2를 배우지 않고 들어온다. 이경우 서울대 공대 교무부학장은 “공학을 배우는 데 가장 기초인 물리학1·2도 힘들어 쩔쩔매는 학생이 많다”며 “이 때문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기 賈갭?? 기초화학, 기초수학 등의 강의를 개설해 두고 있다”고 전했다. 수업은 주 1~2회, 두 시간씩 학부생 조교로부터 집중 지도를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연세대와 한양대 등도 비슷한 신입생 특별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보경 연세대 국제교육센터장은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생 중 상당수는 유료 인터넷 동영상 강의에 의존하고 있다. 엑스퍼시안, 유니와이즈, 메가넥스트 등에선 일반물리학부터 유체역학 전자기학 선형대수학 등 전문 강사들의 동영상 강의를 10만~40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 쉽다는 건 오해
이공계 진학자들이 기초 과학 지식을 탄탄히 해놓지 않으면 ‘과학 강국’으로서의 한국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교수들은 우려한다. 이공계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대입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 교무부학장은 “미국 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보다 쉬운 내용을 배우지만 대학에 가서 잘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연간 미국 전역의 상위권 학생 5만명은 ‘대학과목 선이수제도(AP)’를 통해 심화 학습을 하고 있고 이들이 미국의 명문 공대로 진학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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