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물과 분수, 세계적 화가 세잔의 자취가 느껴지는 엑상 프로방스는 곳곳의 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물줄기가 반짝이는 물의 도시다. 고즈넉하고 오래된 노란색 담장을 거닐면서 세잔의 삶을 들여다보는 풍경화 같은 도시다. 화려하게 이어지는 다양한 건축물은 이 도시의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엑상 프로방스는 작고 따뜻하다. 프랑스다운 세련됨 속에 인간의 모습이 엿보이는 그림 같은 도시가 바로 엑상 프로방스다.
4월 남프랑스의 고적한 풍경
바르셀로나에서 3시간이 걸리는 몽펠리에를 6시간 만에 찾아가고, 호텔을 찾기 위해 한밤의 쇼를 펼쳤던 첫날과는 달리 몽펠리에에서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로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몽펠리에에서 느긋하게 오후를 보내고 엑상 프로방스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따스한 햇살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여러 명이 함께 여행을 하면 용감해지는 것인지, 우리는 사실 엑상 프로방스에서 묵을 호텔도 알아보지 않은 채 도착했다. 일단 관광안내소에서 호텔이 나와 있는 안내책자를 받아 차 안에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일행 중에 가장 영어를 빨리 읽을 수 있는 친구 네브가 몇몇 호텔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바로 빈 방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 성수기를 한참 남겨둔 남프랑스의 4월이라 가능한 여행의 수확이었다.
세잔과 분수의 도시, 엑상 프로방스
체크인하고 방에 짐을 거의 던지다시피 한 뒤 모처럼 기대되는 남자와 소개팅이라도 나가는 기분이 되어 도시를 걷기 시작했다. 엑상 프로방스는 걸어서 반나절이면 옛시가지를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다. 전형적인 프랑스 남부 도시의 아름다움이 넘치는 이곳에서는 걷다가 그냥 길을 잃어도 좋을 것만 같다. 그만큼 고즈넉하고 오래된 골목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관광안내센터에서 챙긴 지도는 아주 잘 정리돼 있어서 주요 명소는 지도만 가지고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엑상 프로방스는 무엇보다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메인 거리인 미라보(Cours Mirabeau) 거리에는 폴 세잔이 에밀 졸라와 자주 갔다는 200년 넘은 카페 ‘레 되 가르송’(Les Deux Garcons)이 있고, 언덕배기를 쭉 오르면 그가 쓰던 가구와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세잔의 아틀리에도 있다. 또 세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한 생 빅투아 산에 직접 올라 프로방스의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엑상 프로방스에서 하룻밤밖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생 빅투아 산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오면 함께 갈 리스트로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