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등의 역설…꽃피던 ELS '시들시들'

입력 2015-04-12 21:35
껑충 뛴 지수 부담스럽다

4월 판매, 지난달의 20% 불과…글로벌 증시 단기간 급등
코스피200·유로스톡스 등 기초자산 비싸져 투자 주저주저


[ 송형석 기자 ]
저금리 시대를 맞아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유럽 주요 50개 기업 주가를 지수화), HSCEI(홍콩 상장 중국 본토기업 지수) 등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신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브레이크 걸린 ELS 판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판매된 ELS는 2조1515억원어치다. 4월의 3분의 1이 지났는데도 지난달 판매액 10조4561억원의 20%밖에 팔리지 않았다. 판매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유입액 기록은 더 저조하다. 지난달 ELS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2조7882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4월 들어 10일까지 순유입액은 전달의 10% 남짓인 2980억원에 그쳤다. 지난 3월12일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은행 정기예금 자금이 시중에 풀리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湧?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커지면서 ELS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설명한다. 유로스톡스50의 10일 종가는 3816.76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 양적 완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올 들어서만 21.3% 올랐다. 중국 본토로부터 자금이 유입돼 4월 들어 급등한 HSCEI 역시 연초 대비 지수 상승률이 16.73%에 이른다.


지수형 ELS는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신규 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이 비쌀수록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HSCEI가 10,000일 때 가입한 손실구간 50% 상품은 지수가 5000 이상만 유지하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상품을 HSCEI 12,000일 때 가입하면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6000으로 쑥 올라간다.

◆2011년 수준 조정 오면 원금 손실

과거 지수를 보더라도 최근 나온 ELS 상품들은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HSCEI의 최근 저점은 2011년 10월의 8102.58이다. 지난 10일 종가 13,987.53에 비해 42.18% 낮다. 계약 시점보다 40% 이상 지수가 빠지지 않으면 원리금을 주는 조건의 ELS에 새로 가입한 투자자가 2011년 수준의 조정을 만나면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 손실까지 보게 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급락장세가 재연된다면 손실폭은 더 커진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는 계약기간이 3년인 장기투자 상품으로 지금처럼 지수가 높을 땐 신규 상품 가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추가 금리 曠臼?같은 환경 변화 없이는 지난 3월과 같은 폭발적인 판매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안전성을 이유로 새로운 계약을 주저하는 반면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ELS 절대 수익률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중국이나 유럽펀드 가입자들이 2~3개월 만에 연 10~20%의 수익을 내고 있고, 국내 주식도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평균 연 6~8% 선인 ELS의 수익률로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을 붙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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