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지원" 트위터 동영상으로 출마 선언
오바마 "훌륭한 대통령 될 것" 사실상 지지발언
공화당 젭 부시 출마땐 24년 만에 '가문 대결'
[ 워싱턴=장진모 기자 ] 퍼스트레이디와 연방 상원의원(뉴욕주), 그리고 국무장관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68·사진)이 12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민주당 내 강력한 대항마가 없는 데다 공화당 예비후보까지 포함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이미 공화당의 일부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힐러리가 본격 가세하면서 미 정치권은 벌써 대권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절제된 출사표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별도 기자회견 없이 트위터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14일부터 당내 경선의 풍향계가 될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를 찾아 식당 등을 돌며 유권자를 만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힐러리가 공화당 주자들과 달리 화려하고 웅장한 출정식 대신 ‘절제된(low-key)’ 출사표를 던졌다”며 “대중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보도했다. 국무장관 퇴직 후 1회에 20만달러의 거액 강연료를 받아 부자 논란에 휩싸인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캠페인의 핵심 슬로건으로 중산층 지원을 내걸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용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11일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탁월한 국무장관이었고 나의 친구”라며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지지 발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내 다른 잠재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지 않아 클린턴 전 장관의 당내 경선은 2008년 때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강문제로 발목 잡힐 수도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힐러리의 출마 선언에 맞춰 소셜미디어 등에 힐러리 비방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 개인 이메일 계정만 사용해 투명성 논란을 불러온 ‘이메일 스캔들’, 미 외교관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피격사태 책임문제 등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WP는 클린턴 전 장관의 고령과 건강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947년생인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에 승리해 2017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할 때 나이는 70세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맞먹는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2년 말 뇌진탕 증세로 한 달여간 병원에 입원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인 칼 로브는 당시 “뇌손상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공격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동생)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2016 ?대선이 클린턴 전 장관과 부시 전 주지사의 대결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클린턴과 부시 가문이 24년 만에 리턴 매치를 벌인다. 1992년 재선을 노리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은 ‘시골 변방’인 아칸소 주지사 경력밖에 없었던 40대 정치 신예 빌 클린턴과 맞붙어 패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