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30㎞ '해무' 앞세운 현대로템 … 美·브라질 등 新시장 노려

입력 2015-04-10 07:01
Cover Story - 현대로템

세계는 고속철도 전쟁 중

동력분산식…에너지효율 높아
2층 고속철 개발에도 박차

고속철 '빅3'·中업체 경쟁상대
첫 해외진출 성사될지 관심


[ 김보라 기자 ] 세계 각국의 고속철 경쟁이 뜨겁다.

인도는 2020년까지 전국을 연결하는 618조원 규모의 고속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미국, 브라질, 터키 등도 고속철 사업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세계 철도산업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2.6% 성장해 2017년 연간 2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세계 고속철 산업을 겨냥해 고속철 수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로템 측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정부와 함께 사상 첫 고속철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속도 대역과 동력추진 방식으로 고속철도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 시장 3년 내 연 250조원 ↑

고속철은 1964년 일본국철(JNR)이 동경~오사카 간 최고 시속 200㎞의 신칸센을 개통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만?고속철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전 세계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시속 270㎞급 테제베(TGV)차량과 이체(ICE)차량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고속철 시장은 2010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미국 브라질 터키 베트남 아르헨티나 중동 등에서의 수요 확대가 성장의 기반이 됐다.

2009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고속철 시장은 세계 철도차량 분야의 ‘빅3’로 불리던 캐나다 봉바르디에,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와 일본 업체가 주도했다. 2010년부터는 신흥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다. 스페인 카프(CAF), 중국베이처(中國北車·CNR)와 중국난처(中國南車·CSR) 등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다자 경쟁 체제로 바뀌었다.

중국의 고속철 시장은 정부의 고속철 확장 정책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중국 CSR과 CNR은 자국 시장의 고속철 확장 정책에 힘입어 독자적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2012년 12월 말 베이징에서 광저우까지 총 2298㎞ 구간의 고속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구축한 고속철도망은 1만5800㎞로 세계 최장이다. 또 2020년까지 동과 서를 잇는 4개 구간과 남과 북을 잇는 4개 구간의 고속철도를 추가로 개통할 예정이다. 스페인 CAF 역시 터키 최초 고속철 도입 노선에 동력분산식 고속철을 공급하는 등 해외 수출에서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철 ‘해무430X’

고속철 차량은 크게 동력분산식과 동력집중식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동력분산식 열차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동력분산식이란 동력원이 각 객차에 분산 배치된 열차다. 최근 5년간 해외에서 발주된 고속철을 분석한 결과 76%가 동력분산식이었다.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고속철도 사업에도 이 같은 방식의 차량이 적용된다.

현대로템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2007년부터 총 931억원을 들여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철 ‘해무430X’를 개발했다. 현재 시운전 중인 해무430X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고속 열차로 최고 설계 시속이 430㎞에 달한다.

해무430X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2012년 5월16일 시제품이 생산됐다. 그해 9월9일 시속 354.64㎞, 12월27일 시속 401.4㎞를 기록하는 등 고속철도 최고 신기록을 연속으로 갈아치웠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주로 장거리 직선 구간에서 시험하는 반면 해무430X는 당시 전체 68.5㎞ 증속시험구간 중(울산역~고모) 39.8㎞ 구간만이 직선 구간이었고, 겨울철 야간 시간대라는 악조건 속에서 시속 400㎞ 기록을 세운 것이라 더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해무 430X는 2013년 3월28일 시속 421.4㎞를 찍으며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해무 430X가 기존 KTX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동력분산식 추진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기존 KTX와 KTX산천은 맨 앞과 뒤에 있는 동력차가 차량을 끄는 동력집중식이다. 이로 인해 해무 430X는 가속 및 감속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또 경량 알루미늄 압출재를 차체로 사용,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수요에 따라 열차를 탄력적으?편성·운영하기 쉽고 별도 기관차가 필요하지 않아 KTX산천보다 좌석 수가 약 30% 증가하는 등 운영효율성도 향상시켰다.

◆‘속도의 경쟁’에서 ‘효율의 경쟁’으로

세계 고속전철 시장은 점차 ‘속도의 경쟁’ 개념에서 벗어나 ‘효율성의 경쟁’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시속 300㎞급 KTX산천에 이어 국가연구과제로 시속 430㎞급 동력분산식 차세대 고속전철 해무430X를 개발한 현대로템은 앞서 수행한 고속철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시속 250㎞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기술 개발을 마무리했다. 고속철도 핵심기술 확보와 함께 완성차량과 시스템의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또 유럽 등 철도선진국의 중요 트렌드가 되고 있는 중고속 속도대 고속전철 기술을 보유하면서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로템은 2004년 KTX 개통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승객 수에 대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철도기술연구원, 코레일과 함께 2013년부터 2층 고속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속차량의 객차를 ITX청춘과 같은 2층 구조의 고속열차로 개발하는 국책과제다. 2017년 기술 개발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2층 고속철 개발이 완료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화물 복합열차 개발도 국책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승객 중심의 고속철도만 운영 중이지만, 이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운송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향후 미국,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터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속철 獰殆?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병석 현대로템 철차연구1실장 이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고속철도는 안전이 생명”이라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통합관리를 통해 차량의 안전성 확보와 첫 고속철 해외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G7 개발사업이 성공한 것은 정부와 산학 연구 인력들이 불철주야 시운전에 참여하며 국내 기술로 고속열차를 개발하자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정부, 연구기관 및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국산 고속철의 해외 수출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