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75년 공동 R&D…올림푸스, 내시경 '부동의 세계 1위'

입력 2015-04-10 07:01
수정 2015-04-13 14:15
Best Practice - 올림푸스 의료부문

광학기기로 세상 밝히자
日 신화서 딴 '다카치호'로 출발…그리스 올림푸스 닮아 사명 바꿔

위카메라 첫 상용화
내시경 검사만으로 조기암 판별…외과로 확대…작년 2.2조원 매출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 확립
한·미 등 23개국에 서비스센터…세계 어디서든 최고수준 서비스


[ 강동균 기자 ]
세계 최초로 위 내시경 카메라 상용화에 성공하고 세계 내시경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기업. 한국에서는 카메라 업체로 유명한 일본 기업 올림푸스다. 올림푸스는 광학 현미경을 시작으로 90여년간 현미경, 내시경 등 의료사업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종합광학기업이다. 내시경, 외과 수술장비 등 의료사업이 올림푸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특히 의료용 내시경 분야에서는 부동의 세계 1위로, 국내 대형 병원 90% 이상이 올림푸스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미경 제조사로 출발

올림푸스는 1919년 10월12?현미경과 온도계를 전문적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창립자 야마시타 다케시가 친구였던 데라다 신타로와 함께 설립한 ‘다카치호제작소’가 올림푸스의 출발점이다. 다카치호제작소의 초기 목적은 ‘국산(일본산) 현미경 생산’이었다.

당시 데라다는 산업 기술에 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첫 번째 일본인이었다. 야마시타는 현미경을 제작하고 싶은 자신의 꿈을 데라다에게 전하며 다카치호제작소에서 함께 일할 것을 부탁했다. 데라다의 생산 설비는 다카치호제작소로 이관됐으며, 데라다는 회사의 최고 기술자가 됐다.

다카치호제작소는 1923년 체온계 사업 부분을 매각하고 현미경 분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이후 내시경 사업 부문을 사들여 ‘올림푸스’를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는 권한을 획득했고, 1949년부터 ‘올림푸스’는 공식적인 기업명이 됐다. 원래의 기업명인 ‘다카치호’는 일본 신화 속 800만명의 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의 산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 속 12명의 최고 신이 모여 사는 산 올림푸스와 일맥상통한다. 일본 신화에 따르면 다카치호산 정상에는 ‘다가마가하라’라는 곳이 있고, 이곳에서 세상에 불을 가져다 줬다. 올림푸스 또한 최고 품질의 광학기기를 통해 세상의 빛을 밝히겠다는 열망을 가졌다.

◆내시경 역사를 다시 쓰다

올림푸스가 세계적인 의료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의료진과 함께해온 내시경 개발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940년 도쿄의 젊은 의사 우지 다쓰로는 ‘카메라 제조사에서 신체 내부를 찍는 카메라도 만들 수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처 치료할 겨를도 없이 늘어만 가는 위암 환자들을 지켜보며 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고, 우연히 올림푸스의 카메라 기술자 스기우라 무쓰오를 만났다.

신형 현미경 개발 임무를 맡고 있었던 스기우라는 내시경 개발은 회사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 상사에게 제안해 위 카메라 개발이 시작됐다. 휴일도 없이 진행되던 개발 작업은 정밀기계 전문가 후카우미 마사하루가 합류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몸 안의 장기를 손상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식도보다 가는 지름 12㎜의 관 내부에 카메라의 모든 기능이 들어가야 했고, 지름이 5㎜ 이하이면서 어두운 위장 내부를 밝힐 수 있는 전구가 필요했다.

기술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1949년 말 개를 상대로 첫 시제품 실험을 한 뒤 1950년 9월 마침내 ‘위 카메라’를 완성,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올림푸스는 지금까지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의료용 내시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효과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소화기 내시경 검진만으로 위암이나 대장암 등의 조기암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처치기구 700여종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외과 분야에서도 세계 최초의 에너지 통합 수술 기구, 3차원(3D) 복강경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네트워크

올림푸스는 2009년 이후 연 평균 6400억엔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2009년 매출 대비 7.0%였던 R&D 투자는 2013년 9.4%로 높아졌다. 올해는 이 비중이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중 네 번째로 R&D 투자 비용이 많다.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올림푸스는 매해 23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 건수는 2만여건에 달한다.

내시경 분야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림푸스는 외과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1979년 독일의 Winter&Ibe GmbH를 인수해 외과용 내시경 분야에 진출했고 2008년에는 초소형 외과수술 장비 전문기업인 영국의 자이러스를 사들였다. 이후 의료계와의 협업을 통해 외과에서 중요한 치료기구인 ‘에너지 디바이스’ 영역을 외과사업의 큰 축으로 성장시켜 지난해 약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진입 장벽이 높은 의료시장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림푸스 의료사업의 또 다른 경쟁력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다. 내시경은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최고 수준의 유지 및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올림푸스는 내시경 사업을 시작한 이후 모든 제품을 반드시 새 제품과 같은 수준의 품질로 관리한다는 철학으로 서비스 체계 확립에 힘써왔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세운 내시경 수리센터는 부지 면적만 8만㎡에 이르는 북미 최대 규모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23개국에 수리센터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에 모두 200여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지역에서도 고객들이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감사 체계도 확립했다. 의료진에게는 의료기기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사전에 고장이 생기는 것을 막고, 현장 서비스 직원들이 각 의료기관을 직접 찾아가 최적의 사용법과 유지·보수 방법을 교육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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