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원외교비리 수사 차질 불가피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64·사진)이 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유서를 쓰고 잠적했다가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32분께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 300ｍ 지점 등산로에서 산 속으로 30ｍ 더 들어간 곳에서 성 전 회장이 나무에 목을 매 숨진 것을 수색견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발견된 곳에서 10여ｍ 떨어진 지점에 그의 휴대전화 2대가 버려져 있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1분께 검은색 패딩과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택시를 타고 종로 일대에 내린 뒤 자취를 감췄다.
이후 오전 8시6분께 자택에서 성 전 회장이 없는 것을 확인한 운전기사가 112에 가출 신고 했고, 재차 아들이 오전 8시12분께 청담파출소에서 신고했다.
성 전 회장은 자택에 혼자 살았으며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는 내용의 유서도 자택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부근에서 신호가 특정됨에 따라 경찰력 1400여명과 수색견, 헬기 등을 투입, 이 일대를 수색했다. 평창동 일대를 뒤지다 북한산 정토사 부근에서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원을 받아내고 관계사들과의 거래대금 조작 등을 통해 250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로 검찰에 의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불출석했다.
핵심 피의자인 성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됨에 따라 검찰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성 전 회장을 구속해 그의 '기업비리'를 시작으로 광물자원공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수사 폭을 넓힐 계획이었다. 자원외교 비리 본격 수사의 발판으로 삼을 방침이었지만 성 전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수사 자체가 붕 떴다.
결국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자체가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기관은 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다. 변사체가 성 전 회장으로 최종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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