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약진하는 한국기업] 제조업 넘어…금융도 '1등 DNA' 장착

입력 2015-04-09 07:02
삼성


[ 주용석 기자 ]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중국 최대 국영기업 중 하나인 시틱그룹의 창전밍 회장이 두 손을 맞잡았다. 이 자리에서 삼성과 시틱은 금융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협력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증권 분야다. 삼성증권과 시틱증권은 리서치 정보 공유, 프라이빗뱅킹(PB) 교류, 상품 교차 판매, 투자은행(IB)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과 시틱은 또 증권 분야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자산운용을 포함해 다양한 금융 분야로 협력 관계를 넓히기로 했다.

시틱그룹은 자산 규모가 750조원에 달하는 금융·자원 분야 글로벌 기업이다. 시틱과 손잡으면서 삼성은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금융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시틱그룹이 중국 최대 증권사인 시틱증권을 비롯해 은행, 보험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삼성과 시틱이 ETF를 공동 개발해 시틱그룹 판매망을 활용, 중국 자산운용 시장을 공략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삼성과 시틱의 제휴는 삼성의 중국 비즈니스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과 중국의 밀월관계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미 삼성의 핵심 제조 기지다. 삼성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은 주로 베트남에서 만들지만 반도체 등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이원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에서 삼성을 대표하는 핵심 생산시설은 산시성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다. 2012년 9월 착공해 지난해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미국 오스틴공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삼성의 단일 공장 중 최대 규모인 총 70억달러(약 7조7000억원)가 투자됐다.

여기에선 첨단 낸드플래시인 ‘V-낸드’ 메모리를 생산한다. 삼성이 그동안 미국을 제외하면 해외에 짓지 않던 반도체 라인을 중국에 지은 것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생산거점이자 세계 낸드플래시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I도 올해 10월 가동을 목표로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이 해외에서 첫 번째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본격 가동되면 연간 4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시안 공장에 6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투자금은 삼성SDI가 50%,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안경환신그룹과 부동산투자업체인 시안고과그룹이 50%를 각각 대기로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2020년쯤이면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북미와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할 전망”이라며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실질적 리더인 이 부회장도 중국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 폐막일인 지난달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기업가 좌담회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춘 나라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행정 절차 간소화 등으로 투자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은 중국 본토 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 주석과도 인연이 깊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후 시 주석과 벌써 네 번이나 만났다.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시안은 시 주석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 주석도 저장성 당 서기 시절인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둘러보며 일찍부터 삼성전자에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포럼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이기도 하다. 2013년 4월 최태원 SK 회장 후임으로 임기 3년의 보아오포럼 이사에 선임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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