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국산 자전거 공습…반대로 달린 두 회사
자이언트, R&D 집중
연 270억원 기술개발 투입…품질관리 위해 자체 생산
삼천리, OEM 고수
R&D 투자 매출 1% 불과…제품 90% 중국서 의존
[ 이현동 기자 ]
“아드님이 조금만 컸으면 자이언트를 권했을 텐데.”
40대 직장인 A씨가 얼마 전 초등생 아들의 자전거를 사주기 위해 대형 판매점에 들렀다 들은 얘기다. 자전거에 관심 없던 A씨는 자이언트가 어느 나라 회사냐고 물었다. 판매사원은 대만이라고 답했다. 검색했더니 세계 최대 자전거 브랜드라고 떴다. 대만이 자랑하는 글로벌 브랜드였다.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를 두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급 자전거시장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자이언트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1위 삼천리자전거 매출은 1219억원이었다. 삼천리보다 30년 가까이 늦게 설립된 자이언트가 세계시장을 석권한 비결은 연구개발과 자체생산이었다.
◆중국산 밀려오자 고급화로
자이언트는 지난해 9월 새 브랜드 ‘리브(Liv)’를 선보였다. 뼈대(프레임), 안장, 페달 등 모든 것을 여성 신체 특성에 맞췄다. 리브는 업계 최초의 여성 브랜드가 됐다. 7년간 연구개발한 결과물이다. 리브는 6개월여 만에 자이언트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효자 브랜드가 됐다. 자이언트는 위기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직접 생산하는 전략을 통해 세계 최대 자전거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삼천리자전거의 17배에 달한다. 일찌감치 고가 제품시장에 눈을 돌린 결과다. 1972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로 시작한 자이언트는 1980년대 들어 저가 중국산이 밀려들어와 위기를 맞았다.
자이언트 경영진은 ‘고급화만이 살 길’이라며 기술 개발에 눈을 돌렸다. 1987년 세계 최초로 가볍고, 강도는 높인 ‘카본 복합섬유 프레임’ 생산에 성공하며 글로벌업체로 성장하는 기틀을 닦았다. 품질 관리를 위해 대만 중국 네덜란드 등에 있는 공장에서 모든 제품을 자체생산하는 것도 강점이다. 국내에서 자이언트는 ‘가성비 종결자(가격 대비 성능이 독보적이라는 뜻)’로 불린다.
◆삼천리는 뒤늦게 고급화로
삼천리자전거는 다른 길을 택했다. 자이언트보다 28년 먼저 생겼지만 국내 시장에 안주했다. 중국산이 들어오자 생산시설 대부분을 없애고 중국에서 OEM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전체 판매량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자이언트가 고급화로 돌아설 때 삼천리는 ‘저가 맞불’을 놓으며 마케팅에 집중했다. 지난해 삼천리의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은 약 22%로 자이언트(13%)보다 훨씬 높다.
이런 전략의 차이는 연구개발 투자비 차이로 이어졌다. 작년 연구개발비는 자이언트가 270억원, 삼천리는 10억원이었다. 국내 업체들이 성장하는 고가 자전거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해 국내 자전거시장 규모는 5126억원으로 3년 전 3951억원에 비해 30%가량 커졌다. 중장년층이 자전거로 눈을 돌리며 고급 자전거 수요도 늘고 있다. 관세청이 집계한 수입 자전거 평균 가격은 2009년 77.7달러에서 지난해 107.2달러로 높아졌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고급 제품 매출이 전체의 5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20%대에 불과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업체들도 고급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응배 삼천리자전거 IR팀장은 “올해 고급 제품 20여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웃도어 1위 업체인 영원무역은 지난 1월 스위스 고가 자전거업체인 스캇스포츠를 인수했다. 세계 1위 양궁 제조사인 윈앤윈스포츠도 활에 쓰이는 ‘나노 카본’ 소재로 자전거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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