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T 품은 미국 페덱스, 특송 세계 1위 넘본다

입력 2015-04-08 21:10
48억달러에 인수…유럽 육상 운송시장 공략 강화

온라인 쇼핑 확산 가정택배 늘어…덩치 키워 비용 최적화 나서


[ 임근호 기자 ] 세계 2위 특급배송(특송)업체 페덱스가 4위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 기업의 서류나 큰 물품을 주로 배송하던 글로벌 특송업체들이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일반 개인 소포까지 배달하게 되면서 비용이 늘자 효율성을 위해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세계 특송 시장은 DHL 페덱스 UPS의 3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페덱스, TNT의 육송 네트워크 노려

미국의 페덱스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TNT익스프레스를 48억달러(약 5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페덱스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TNT(12%)보다 낮은 10%에 불과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2013년 UPS(유럽 점유율 25%)가 TNT를 7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다가 EU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을 때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TNT가 매력적인 이유는 유럽에 탄탄한 육상 운송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인 페덱스와 UPS는 항공 운송에선 유럽 영업이 문제가 없지만, 트럭과 창고가 필요한 육?운송에선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좁은 길을 지나 일반 소비자 가정까지 택배를 배달하는 일이 늘고 있어 육상 운송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마이클 글렌 페덱스 부회장은 “TNT의 육상 운송 네트워크가 더해진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페덱스는 TNT 인수로 5만8000여명의 인력과 19개의 육송 허브, 550개의 창고를 얻게 된다. 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은 성장률은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최근 유럽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도 눈여겨봤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 기회이자 위기로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 열풍은 글로벌 특송 업체에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운송 비용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특송 업체 UPS는 지난해 582억달러를 매출로 벌어들여 전년보다 5%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50억달러로 전년보다 2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2.7%에서 8.5%로 떨어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자상거래 관련 운송 시장 규모가 현재 1865억달러(약 203조원)로 2017년까지 9.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경쟁 심화와 비용 상승으로 업체들의 이익률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작은 업체의 어려움은 더하다. 영국의 대형 운송업체 중 하나인 시티링크는 적자를 내며 2700여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TNT 역시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는 상위 3개 업체에 밀리며 지난해 9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특송 업체들은 운송 경로 최적화 등의 노력과 함께 작은 업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방법으로 비용 최적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페덱스는 지난해 12월 반품 물류 전문기업인 젠코를 14억달러에 인수했다. UPS는 2012년 유럽의 ‘픽업 포인트’ 서비스를 하는 물류 업체 키알라를 인수했다. 픽업 포인트 서비스란 가장 운송비가 많이 드는 마지막 배송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 특정 장소(픽업포인트)에 택배를 놔두고 소비자가 찾아가게 하는 것이다.

조엘 레이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최근 운송회사를 세우고 직접 배송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운송업체의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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