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세계태권도연맹에 6년간 1000만달러 후원 협약
2020년 도쿄 장애인 올림픽 지원
동남아에 '문화 한류' 활동 과정
태권도의 국위 선양 큰 역할 체감
[ 김진수 기자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4)은 한국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이 회장은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외국의 어려운 학교들을 돕기 위해 동남아시아 각국을 도는 과정에서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데 현지 태권도장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도 드물다는 사실을 느꼈다는 게 부영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6년부터 베트남 등에 태권도훈련센터 건립을 지원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이 태권도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부영그룹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총재 조정원)과 일본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6년간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글로벌 파트너십 후원 협약’을 맺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과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한승수 전 총리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미셸 주한 온두라스 대사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부영이 지원하는 1000만달러를 2020년 도쿄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할 태권도 선수들을 돕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태권도는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지난 1월 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서 2020년 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후원금은 또 해외 장애인 선수들의 훈련을 지원하고, 태권도 평화봉사단이 해외 각국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재원으로 사용된다.
부영과 태권도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영은 아시아태권도연맹과 손잡고 1억원을 들여 베트남 태권도협회에 대학생 태권도봉사단을 파견했다. 이듬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에 태권도훈련센터 건립 기금 1억원씩을 후원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태권도협회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등 태권도를 해외에 보급하기 위해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이 회장은 “올림픽 종목에 속한 국제경기연맹 중 한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을 후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자녀와 손자의 단수가 제법 된다”며 “해외에서 태권도가 국위선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 흔쾌히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태권도 세계화와 사회 공헌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총재도 “태권도는 세계인의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하는 국제 스포츠”라며 “부영의 후원에 힘입어 세계 스포츠계에서 태권도의 지위와 위상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은 2000년대 초부터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태권도를 비롯해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4개국에 초등학교 600여곳을 무상으로 지어주고 피아노 6만여대와 교육용 칠판 60만여개를 기증하는 등 ‘문화 한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지역으로 피아노와 칠판 등을 기증하는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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