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조건부채권 투자법] 만기 짧고 금리 높고 안전한 RP…대기자금 굴리기에 딱 좋네요

입력 2015-04-08 07:00
5000만원 이하 소득 근로자
재형 RP 투자 고려해볼 만

달러 RP, 달러가치 상승 수혜
은행 외화예금보다 금리 높아

중도환매 불이익 받는지 확인을


고금리 특판 상품에 시중 자금이 쏠리고 있다. 시중금리가 워낙 낮은 탓이다. 더 이상 은행만 거래하기를 원치 않는 금리 유목민이 늘고 있다. 이들이 찾는 대표적인 상품은 환매조건부채권(RP·Repurchase agreement)이다. RP는 채권을 팔되 나중에 되사주겠다는 약속이 따라붙는 증권사 상품이다. 특히 이자가 연 3~4%에 달하는 ‘특판형 RP’가 인기다. 미국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달러 RP의 경우 물량이 모자라서 대기해야 할 정도다.


◆증권사가 보장하는 안전채권

RP는 채권 투자의 약점인 환금성을 보완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객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채권을 사서 가지고 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채권을 반납하고 맡겼던 돈과 이자를 받는 구조다. 일정 기간 후에 약속된 이자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예금과 다를 게 없다. 증권사는 기존 보유 채권이나 향후 보유할 채권을 유동화할 때 RP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채권 형태로 갖고 있는 것보다 현금으로 바꾸면 다른 투자처에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RP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주로 국고채나 은행채 등에 투자한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투자처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증권사가 지급불능(부도) 상태에 빠지지만 않으면 지정한 날에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란 단점이 있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증권사를 잘만 고르면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다.

증권사가 부도나면 담보로 잡아놓은 채권을 받으면 된다. 대부분 소비자가 맡긴 돈보다 더 많은 담보 채권(105%가량)을 제공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우대금리까지 얹은 특판 RP

RP는 금리 수준이나 투자 자산에 따라 일반 RP, 특판 RP, 달러 RP 등으로 나뉜다. 일반 RP는 수시형 RP, 약정형 RP 등이 있다. 현재 수시형 RP의 금리는 연 1.65% 수준이다. 약정형 RP는 약정 기간에 따라 연 1.75~1.85%를 지급한다. 전국 33개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평균 1.82%(전국은행연합회 4월1일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이다.

증권사들은 여기에다 우대금리를 얹은 특판 RP를 판매하고 있다. 특판 RP의 종류는 증권사마다 다르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총 3종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상품이 3개월 만기에 연 3.0%를 주는 것이다. 신규 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특별한 매칭 RP’의 금리는 더 높다. 3개월에 연 3.5%를 제공한다. 추천 상품에 가입하거나 타사 유가증권을 대우증권으로 옮기는 고객이 대상이다. 작년 이후 누적 판매금액이 75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시장에선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3500만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라면 재형저축 RP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2013년 재형저축 붐이 일면서 새롭게 등장한 상품이 재형 RP다. 재형 RP는 7년(만기)간 연평균 4.0%의 이자를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라는 장점 외에 중도 환매할 때 금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지금까지 대우증권에서만 6000여명이 가입했다. 올해 말까지 1만명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최근엔 서민형 재형저축이 나왔다. 서민형의 경우 3년 이상 보유하면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비과세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 RP에 대한 수요도 많다. 달러 RP의 금리는 수시형을 기준으로 연 0.3% 정도다. 90일 이상 맡길 경우 연 0.8%의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 달러예금과 비교할 때 0.5%포인트 정도 이자가 높다. 달러를 보유하고 있거나 향후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될 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거액 자산가의 경우 송금 후 바로 매입할 수 있다. 달러 RP의 또 다른 매력은 환차익이 발생할 때 비과세라는 점이다. 세금은 이자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중도 환매 때 불이익 꼭 확인해야

RP 투자는 안전하지만 판매 증권사의 신용도를 무시할 수 없다.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부도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RP에 가입할 때 이런저런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우대금리를 주는 대신 소비자에게 다른 상품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게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 투자 기간을 유리하게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필요없는 돈이라면 약정 기간을 길게 잡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 환매 때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판 RP나 약정형 RP 같은 경우 중도 환매할 때 금리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

◆대기자금 굴리기엔 RP가 안성맞춤

RP는 어떤 성격의 자금을 굴릴 때 투자하면 좋을까. RP의 가장 큰 장점은 약속된 기간 이전에 환매를 신청해도 예금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대기자금을 굴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예를 들어 목돈을 짧게 굴릴 필요가 있는 은퇴자, 물품 구매 자금을 굴리고자 하는 사업자, 직원 월급 등 정기적 지출 또는 신규 투자를 위해 단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법인, 주식투자 대기자금을 넣어두려는 개인 등이 활용할 수 있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낸 부모나 무역결제가 빈번한 법인이라면 은행 달러예금과 증권사 달러 RP를 꼼꼼하게 비교해보자. 요즘처럼 0.1%도 소중한 시기엔 달러 투자자도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김경식 < 대우증권 상품개발실 팀장 kyongsik,kim@dwse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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