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리콴유 같은 지도자를 기다리며

입력 2015-04-06 08:19
수정 2015-04-07 19:00
김종훈 <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


지난달 23일,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리 전 총리는 건국 50년 만에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탈바꿈시키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6000달러의 최고 부국 반열에 올라서게 만든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리 전 총리는 재임 초기부터 고위 공직자가 청렴해야 싱가포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반(反)부패운동을 주도했다. 1959년에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부패행위조사국(CPIB)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부패척결에는 성역이 없었는데 리 전 총리는 부패한 핵심 측근부터 가차없이 단죄했다. 1986년 리 전 총리의 측근으로 부패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살한 테치앙완 국가개발부 장관의 사례가 유명하다.

그는 공무원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발전한다고 믿었다. 장관에게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등 엘리트 공무원을 영입하기 위해 공무원 급여를 획기적으로 인상했다. 부패가 만연했던 동남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대우가 좋아야 부패를 저지르지 않는다’‘공적 영역이 민간영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공무원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부패 공무원은 일벌백계로 다스렸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그의 이름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이유다.

그의 가장 뛰어난 업적은 부패를 척결해 싱가포르를 청렴한 국가로 만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 사회의 부패는 드러나지 않은 채 도처에 암(癌)처럼 도사리고 있다.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작년 세월호 참사도 부패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힘 있는 자의 부패가 심하고 윗물이 깨끗하지 못해 아랫물까지 더러워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사회는 계층별 지역별로 극한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충무공 이순신 같이 행동하는 리더십,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리 전 총리처럼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지도자가 절실한 실정인 것이다.

20세기 가장 탁월한 리더였던 리 전 총리 서거를 추모하며, 한국에서도 그와 같이 뛰어난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원한다.

김종훈 <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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