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의 과학
유전자 교정기술 발전
특정 DNA 자르고 붙여
'맞춤형 아기' 논란도
[ 김태훈 기자 ]
백인 남성의 1%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릴 확률이 없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경로인 혈액세포 유전자(CCR5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어 에이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학계의 해석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 등은 여기서 착안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혈액 세포의 DNA를 바꿔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1%의 백인처럼 인위적으로 에이즈에 대해 면역성을 갖게 하려는 시도다.
이런 연구가 가능해진 것은 최근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덕분이다.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기본 원리다. 특정 유전자를 자를 때 사용하는 효소를 ‘유전자 가위’라고 부른다.
최근 3세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가 개발돼 혈우병 등 유전질환을 치료하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과거 유전자 하나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수 냄廈【?수년씩 걸리던 것이 이제는 며칠이면 된다. 한 번에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동시에 손볼 수도 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병충해에 강한 GMO 콩은 식물에 동물 유전자를 집어넣는 기술을 활용해 나온 것이다. 인위적으로 외부 유전자를 넣다 보니 생태계 혼란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식물의 약한 유전자를 잘라내고 스스로 강한 유전자를 복원하도록 할 수 있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은 최근 치명적 곰팡이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바나나 신품종 개발에 나섰다.
김 교수는 “2년 전까지 크리스퍼를 연구하는 그룹이 소수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분자생물학을 하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도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논란도 불거졌다. 작년 중국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원숭이의 배아에서 특정 유전자를 바꿨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정자 난자의 DNA를 바꿔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로 발전시킬 수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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