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SI 개발 배경은
독일 4개社 딜러, 정비이익 비중 24%P 증가
"왜곡된 유통구조 바로잡아 소비자 불만 해소"
[ 강현우 기자 ]
수입차를 국내에 판매하는 딜러들은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정비(AS) 부문에서 얻는다. 자동차 가격을 할인 판매해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비싼 부품값과 공임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다. 프린터나 커피머신을 싼값에 제공한 뒤 소모품인 카트리지나 커피 캡슐에 웃돈을 얹어 파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경 수입차 서비스지수(KICSI·KED Imported Car Service Index)’는 수입차 부품값과 공임 등의 실상을 정확히 전달해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정비 부문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차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4개 독일차 브랜드의 국내 대표 딜러인 한독모터스(BMW), 부산스타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 고진모터스(아우디), 아우토반브이에이지(폭스바겐)의 2014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평균22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입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제외한 판매 부문 이익은 68억원으로 이익률은 0.6%였다. 이에 비해 정비 부문은 매출 1107억원에 이익 126억원으로 이익률이 11.4%에 달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비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집계됐다. 2013년 같은 딜러들의 정비 부문 매출은 872억원, 이익 65억원으로 이익률은 7.5%였다. 정비 부문 이익률이 1년 새 3.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비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32%에서 24%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정비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정비 부문 수익률이 올라갔다”며 “딜러들이 정비 부문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러별로는 폭스바겐 딜러인 아우토반브이에이지의 정비 이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 딜러는 정비 부문에서 8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6억원의 이익을 내 이익률이 16.7%에 달했다. 자동차 판매에서 5억원 손실을 낸 반면 정비에서 높은 이익을 본 덕에 영업이익도 1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벤츠 딜러인 부산스타자동차는 자동차 판매 이익률이 13.2%에 달한 반면 정비 이익률은 1%에 그쳐 정비 이익률이 더 높은 다른 3사 딜러와 대조를 이뤘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차는 일반적으로 마진이 세 번 붙는다. 해외 본사가 일정 마진을 붙여 국내 지사로 수출하면 국내 지사는 여기에 12~16% 이윤을 더해 국내 딜러에 넘긴다. 딜러는 여기에 다시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정비에 들어가는 부품도 완성차와 마찬가지로 유통 마진이 세 번 붙는다.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딜러는 이 부품값에 공임, 센터 유지비 등을 30~40%가량 붙여 소비자에게 청구한다. 원가 100만원짜리 부품을 수리할 때 소비자가 200만원 이상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이렇게 벌어지는 것이다.
2010년 말 51만대에서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딜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딜러가 완성차 마진을 낮춰 일단 고객을 확보한 다음 정비로 이익을 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은 KICSI를 통해 수입차 정비 부문의 거품을 빼는 데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문태현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장은 “수입차 이용자들이 비싼 부품값과 공임 등에서 불만을 느낀다”며 “KICSI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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