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공공기관서 관료출신 '썰물'

입력 2015-04-05 21:21
民官유착 비판여론에 '낙하산 관료' 줄어

공무원 출신 임원 10명 중 3명 떠나
의원 보좌관 등 정치인이 '빈 자리' 차지


[ 조진형 기자 ] 지난 1년 사이 관료 출신 공공기관 임원이 전체의 40% 수준에서 3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사회의 적폐가 부각되면서 고위 공무원 출신 낙하산 인사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정치인 출신 임원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공공기관 300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 기관장·감사 397명 중 118명(비중 29.7%)이 관료 출신으로 분류됐다. 세월호 사고가 터졌던 지난해 4월 당시 161명(40.6%)에서 26.7% 줄어든 것이다.

직위별로 보면 기관장은 세월호 사고 이전 115명에서 지난달 91명으로, 감사는 46명에서 27명으로 줄어들었다. 관료 출신의 전관예우와 민관유착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그 여파로 퇴직공직자에 대해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이 대폭 강화돼 지난 3월 말부터 시행됐다.

관료 출신 기관장과 감사가 물러나면서 생긴 자리 대부분은 국회의원이나 의원 보좌관, 정당 관계자 등과 같은 정치인 출신들이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관장 7명, 감사 12명이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졌다.

특히 정치권 출신들은 관료 출신보다 대형 공공기관에 안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적십자사, 강원랜드, 국립중앙의료원, 독립기념관 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 출신이 기관장으로 선임됐다. 한국관광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정치인 출신이 감사로 임명된 사례다.

다만 전체 공공기관 임원 397명 중 정치인 출신은 세월호 사고 당시 48명(비중 12.1%)에서 3월 말에는 53명(13.4%)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소형 공공기관에서 정치인 출신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들은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감사 이외에 드러나지 않는 임원으로 선임된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을 봤을 때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에는 관료 출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산하기관 임원 12명 중 7명(58.3%)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어 해양수산부(46.7%), 중소기업청(40.0%), 금융위원회(37.5%), 국토교통부(34.3%) 등의 순으로 관료 출신 임원 비중이 높았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중 정치인 출신 비중이 높았다. 산업부는 산하기관 임원 62명 중 정치권 출신이 14명(22.6%)이었고, 중기청(20.0%), 국토부(17.1%), 농식품부(16.7%)가 뒤를 이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을 할 수 없는 기업을 리스트화한 것은 후진국형으로 위헌 소지가 많다”?“공무원 출신이란 이유로 배제하지 말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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