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의 반란…'단품종으로 승부'

입력 2015-04-05 14:58
식빵·크림빵·단팥빵 등 전문점 인기, SNS 입소문 타고 단골 줄 이어



“벌써 다 팔렸나요?”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줄줄이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삼청동 빵집 ‘장화 신은 젖소(밀크)’의 풍경이다. 장화 신은 젖소는 정육면체 덩어리 모양의 일명 ‘큐브 식빵’으로 유명해진 식빵 전문점이다. 다른 것 없이 오직 식빵만 팔지만 주말이면 하루 1000개 판매가 거뜬하다. 여세를 몰아 얼마 전에는 인근에 크림빵 가게까지 오픈했다.

장화 신은 젖소는 요즘 유행하는 ‘단품종’ 빵집이다. 식빵 안에 크림치즈·블루베리·씨앗·올리브·초콜릿 등을 넣어 모두 8종류의 식빵을 판매한다. 식빵 하나만 팔아서는 가게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골목 건너 하나씩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똑같은 맛에 지루해진 손님들이 장화 신은 젖소 같은 새로운 빵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동네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톡톡 튀는 개성으로 승부하는 단품종 빵집들이 속속 등장하며 동네 빵집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한 품목만 팔기 때문에 평범한 품질이나 퓔?전략으로는 승부하기가 어렵다. 단품종 빵집들이 남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다. 압구정동의 크림빵 가게 ‘크림바바’는 크림빵 앙금에 고구마·망고·녹차 등을 가미했다. 영등포의 단팥빵 가게 ‘빠빠맹’은 먹물·크림치즈 등을 팥과 함께 넣는다. 식빵·단팥빵·크림빵 등 메인 메뉴는 단품이지만 다양한 앙금을 넣어 소비자의 기호를 만족시킨다는 전략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되 다양성 또한 잃지 않는 ‘묘수’다. 다양한 맛과 모양의 빵을 골라 담는 일반 빵집들과 달리 단품종 빵집들의 빵은 맛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모양이다.

차겨울 장화 신은 젖소 대표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만들면 집중도가 흩어진다. 한 가지만 전문성 있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싶다”며 단품종 판매에 자신감을 보였다.

몸에 좋은 것만 넣는다

작고 친근한 이미지도 단품종 빵집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큰 규모와 세련된 인테리어 대신 동네 빵집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로 손님들의 발길을 이끈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편안한 분위기가 좋아 찾는다는 게 이구동성이다. 가게 위치도 대로변보다 이면도로나 골목 사이에 자리한 곳이 많다. 마음먹고 찾지 않는 한눈에 띄기도 힘든 자리이지만 한 번 맛본 후 다시 찾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매출의 대부분도 바로 이런 단골손님들에게서 나온다.

이들은 마케팅에 따로 돈을 쓰지도 않는다. 손님의 대부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소문으로 가게를 찾는다. 특별한 광고도 없이 구전 마케팅에 의존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있다.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등에 남겨진 후기를 보고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게 업주들의 말이다. 크림바바를 찾은 송정란(31) 씨는 “집이 부산인데 블로그를 보고 벌써 두 번째 찾아왔다”며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라고 해서 다 믿지 않는데 직접 와서 먹어보니 확실히 빵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단품종 동네 빵집들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재료에 있다. 대부분의 업소가 그날 판매할 양 만큼의 반죽만 만든다. 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가게 문을 닫는다. 손님들이 가게 문 밖까지 줄을 설 때도 있고 늦게 찾으면 원하는 빵을 구매하지 못할 때도 많다.

압구정동 크림바바는 빵을 만들 때 방부제·개량제 등 몸에 해로운 화학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는다. 또 차게 먹는 크림빵을 판매하기 때문에 빵을 구입하는 고객이 도착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드라이아이스를 함께 포장해 준다. 연남동의 ‘미소식빵’은 빵에 식이섬유와 식이유황을 넣어 ‘건강한 빵’임을 강조하고 있다. 장화 신은 젖소는 첨가제·색소·보존료·버터를 넣지 않는 ‘4무 조리법’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천연으로 쓰지는 않지만 빵에 꼭 넣어야 하는 최소한의 재료만 사용한다”는 게 원칙이다. 보존료가 들어가지 않는 조리법 때문에 유통기한이 3일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자녀를 둔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갓 나온 따끈한 빵을 맛볼 수 있는 것 또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느끼기 힘든 즐거움이다. 단품종 동네 빵집들은 한 번에 조금씩 문을 닫는 시간까지 계속해 빵을 굽는다. 하루 판매량을 아침에 한꺼번에 구워 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빵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연히 오랜 시간 진열돼 있는 제품에 비해 빵 본연의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홍대에 있는 ‘식빵몬스터’를 찾은 김현수(27) 씨는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오면 따뜻한 빵을 살 수 있어 자주 찾는다. 오늘은 자주 먹던 빵이 다 팔려 방금 나온 다른 빵을 샀는데 어떤 맛일지 기대된다”며 “프랜차이즈 빵집은 트럭에서 배달돼 오지만 개인 빵집들은 구운 빵이 바로 나오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더 신선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10평 남짓 소규모, 창업도 유리

가격보다 ‘맛’과 ‘건강’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네 빵집들의 매출도 오르고 있다. 평균적으로 단품종 동네 빵집의 크림·단팥빵은 2000원, 식빵은 5000원 정도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제품과 비교하면 결코 싼값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즉석에서 구운 빵을 맛볼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여는 모습에서 바뀐 소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주로 골목 상권에 자리 잡은 것도 동네 빵집들의 특징이다. 대부분이 좌석이 없는 테이크아웃 형태의 소규모 매장이다. 매장 규모는 보통 33㎡(10평) 안팎인데, 홍대 식빵몬스터는 13.2㎡(4평)의 작은 공간에 불과하다.

매장 크기가 작은 만큼 창업비용도 적게 들어 창업 부담이 훨씬 작다. 작은 매장이라도 차별화된 맛과 품질을 선보이면 어떤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50㎡(15평)의 작은 규모로 시작한 크림바바는 현재 본점인 압구정점 외에도 AK플라자 분당점과 대치점까지 오픈했다.

차겨울 대표는 얼마 전 식빵 가게에 이어 크림빵 가게를 오픈했다. 식빵과 마찬가지로 크림빵 하나만 판매하는 단품종 매장이다. 크림빵의 겉모습이 호두과자와 비슷한데, 입에 넣었을 때는 마치 케이크를 먹은 것 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따뜻할수록 맛있는 식빵과 달리 차갑게 먹을수록 맛있는 게 특징이다. 식빵과 정반대되는 제품을 출시해 기존의 고객들이 불편해 하던 것을 보완했다. 식빵과 크림빵처럼 각 매장의 부족한 부분은 다른 곳에서 보완해 하나의 완벽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장화 신은 젖소의 목표다.

차 대표는 “10㎡나 17㎡도 상관없으니 오픈부터 마감 때까지 손님들이 북적대는 가게를 갖고 싶었다. 으리으리한 매장으로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는 장사보다 작은 규모에서도 이윤을 최대화하는 실속 있는 장사를 하고 싶다”며 “창업은 무조건 작은 규모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김수아 인턴기자 sa0410@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008호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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