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어도스 JP모간자산운용 CEO
美 여성금융 리더 1위
열정·근성·승부욕으로 2조5000억弗 주무르는 큰손
금융위기 직후 JP모간자산운용에
늘 경쟁자 압도하는 목표 세워 1조달러였던 자산 두 배로 늘려
배려 강조하는 두 아이의 엄마
막대한 손실 공개해 신뢰 얻고 파킨슨병 고객에 종일 설명하기도
[ 김은정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 월가. 고액 연봉과 혁신만큼 월가를 대표하는 단어가 유리천장이다. 그만큼 월가는 철저한 남성 중심적 문화를 갖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금융권이지만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월가 ‘금녀의 벽’을 깬 대표적인 인물이 메리 어도스 JP모간자산운용 CEO다. 지독한 워커홀릭인 그는 근성과 승부욕으로 남성도 살아남기 어려운 월가에서 2조5000억달러(약 2775조원)를 주무르는 대표적인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금융 전문지 아메리칸뱅커는 작년 미국의 여성 금융 리더 순위를 매기면서 어도스 CEO를 1위로 꼽았다.
◆1주일에 7일 일하는 穉옴┯?/strong>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CEO’ 등 그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는 많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도 종종 거론된다. 월가에서는 어도스 CEO만 갖고 있는 넘볼 수 없는 경쟁력으로 일에 대한 열정을 든다. 밤낮없이 일에 빠져 사는 것이 일상화된 월가지만 그 안에서도 어도스 CEO의 ‘일벌레’적인 성향은 유명하다.
포브스는 과거 그를 언급하면서 출장길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며칠 밤을 새우고 나서 오른 출장길에서조차 인터넷만 되면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를 쉬게 하려면 인터넷을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인들의 우스갯소리도 같이 전했다.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다른 도시로 향하는 자동차 등 이동 수단을 불문하고 그의 모습은 한결같다는 설명이었다. 경제방송 CNBC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나 커피를 마실 때도 업무 생각을 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어도스 CEO를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시카고에 있는 투자회사 스타인로앤드판햄에서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맡은 업무는 애널리스트였다. 투자의 기본을 다지고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시기였다. 뱅커트러스트에서는 기업 재무를 담당했다. 1996년에는 처음으로 JP모건체이스와 인연을 맺었다. 프라이빗뱅킹 부문에서 그는 국채 투자를 맡았다. 이후로는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의 길로 들어섰다. 잇따라 주요 사업 부문의 CEO에 올랐고 승승장구했다.
◆승부욕과 숫자에 대한 감각이 경쟁력
어도스 CEO가 JP모건체이스의 자산운용 부문을 맡을 때만 巒?핵심 사업 부문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그가 오면서 달라졌다. 취임 이후 JP모건체이스의 자산운용 부문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고, 금융당국의 조사 등이 이어지면서 악재가 적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조달러였던 JP모간자산운용의 자산도 그의 취임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 한 예로 2013년 4분기만 봐도 JP모건체이스의 전체 순이익은 전년 대비 7% 줄었지만 어도스 CEO가 이끄는 자산운용 부문은 18%가량 증가했다.
그는 항상 경쟁 상대를 압도할 만한 수준을 목표로 세운다. 달성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동기 부여가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산운용 부문을 맡기 전 프라이빗뱅킹 CEO에 있을 때도 그랬다. 연평균 고객 수를 10%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고 달성했다. 2005년 프라이빗뱅킹 CEO에 오른 이후 연평균 고객 수를 15%씩 늘렸다.
어도스 CEO가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과 글로벌 최대 채권펀드 운용회사 핌코와 경쟁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월가에서는 그의 장점 중 하나로 숫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말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위네카 출신인 어도스 CEO는 조지타운대 수학과를 나왔다. 대학 시절 수학과의 유일한 여성이기도 했다. 그의 할머니는 어도스 CEO가 어릴 적부터 숫자에 대한 친숙함을 가질 수 있도록 숫자 카드 등의 놀이를 함께했다. 6살에 이미 어도스 CEO는 할머니에게서 개인수표 사용법을 배웠을 정도다.
그는 월가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깬 인물이다. 2005년 프라이빗뱅킹 CEO 후보에 올랐을 때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남성 임원들은 어도스 CEO가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회의적인 시각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때 어도스 CEO는 두 아이를 두고 있었다. 임원 인터뷰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가 이런 중책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맞받아쳤다.
실제 어도스 CEO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회사에 출근해 일할 정도의 열정으로 업무에 임했다. 몇 년 후 JP모간자산운용 CEO로 자리를 옮길 때는 아무도 어도스 CEO의 능력과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금융의 핵심은 고객에 대한 배려”
어도스 CEO를 일에 빠진 냉정한 금융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유니세프 미국 이사회 임원인 그는 임직원들에게 항상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강조한다. 하루 14시간, 1주일에 7일을 일하는 워커홀릭인 그이지만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꼭 갖춰야 하는 소양으로는 이 두 가지를 꼽는다. 파킨슨병에 걸린 한 고객이 투자 관련 복잡한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자 어도스 CEO가 몇 시간이나 걸리는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하루 종일 설명해줬다는 일화는 월가에서 유명하다.
사모펀드 KKR의 창립자 헨리 크라비스나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헤지펀드 오크지프를 설립한 대니얼 오크 등이 어도스 CEO에게 재산을 맡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 분석도 많다.
그가 강조하는 또 다른 태도는 책임감이다. 고객들의 재산을 다루는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책임감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998년 JP모건체이스가 고객들의 재산을 운용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낸 적이 있다. 어도스 CEO는 숨기지 말고 고객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예상과 달리 고객들의 큰 반발 없이 JP모건체이스는 문제를 해결했고, 그 이후 어도스 CEO에 대한 회사의 신뢰는 더욱 커졌다.
제스 스테일리 전 JP모간 투자은행(IB) CEO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어도스 CEO를 두고 “다른 사람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이것은 여성 임원의 약점이 아니라 어떤 남성 임원도 이길 수 있는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무기”라고 평가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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