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교통요금징수시스템 제조업체 에이텍 신승영 사장
서울서 하루 4000만번 찍히는 교통요금 시스템 제작 업체
올해 몽골 버스 1200대에 설치
뉴질랜드 이어 베트남·터키까지…해외로 시스템 구축사업 나서
디스플레이 제품 시작한 中企…LCD TV사업 진출 했다 '쓴맛'
꾸준한 R&D와 사업 집중…교통카드솔루션 히든챔피언 도약
[ 김낙훈 기자 ]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시민들은 올 하반기부터 한국의 ‘T머니’ 같은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된다. 에이텍이 한국스마트카드와 협력해 교통요금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한국스마트카드, LG-CNS 등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에도 교통요금 징수 시스템을 설치했다. 내년 초까지 베트남 터키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한국의 앞선 교통요금시스템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 한 축을 맡고 있다.
서울 인구는 약 1000만명이다. 이들의 하루 교통카드 접촉 횟수는 4000만회에 이른다. 버스 지하철 마을버스 등으로 환승하면서 여러 차례 교통카드를 카드단말기에 대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양의 정보가 승하차단말기에서 버스관리시스템을 통해 전달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교통요금이 버스회사, 지하철공사 및 철도공사 등에 배분된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이 시스템을 한국스마트카드, LG-CNS, 에이텍 등이 협력해 구축하고 있다.
에이텍(사장 신승영·60)은 서울의 대중교통요금 징수 시스템을 제조하며 쌓은 노하우를 앞세워 최근에는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고 올 하반기 몽골, 내년 초까지 베트남 터키에도 구축할 예정이다. 대륙별로는 중남미 동남아 오세아니아에 이어 유럽의 전초기지인 터키에도 한국의 대중교통요금 징수 시스템이 설치되는 것이다.
에이텍은 이 시스템 가운데 승객용 승하차단말기와 운전자용 단말기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버스정보안내기, 카드 및 현금계수기, 택시요금결제단말기 등도 생산하고 있다. 신승영 사장은 “매년 4~5개 신제품을 개발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체 직원 235명의 27.6%에 해당하는 65명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785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24.5% 증가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를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영남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신 사장은 LG전자 컴퓨터사업부에서 8년간 일한 뒤 1989년 용산전자상가에서 직원 2명과 컴퓨터수리업을 시작했다. 1993년에는 에이텍이라 ?법인을 출범시켰다.
신 사장은 “1980년대만 해도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선 전문대를 졸업하면 과장, 4년제 대학을 나오면 부장까지 승진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이런 학력보다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창출한 성과에 따라 승진하고 보상받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실하고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인정받고, 능력과 성과에 맞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기업을 꿈꿨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수리로 신뢰를 쌓자 직접 장비를 만들어 납품해 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몇 년 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문을 닫는 대기업이 줄을 이으면서 연구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자신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때야말로 능력있는 연구원을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인재 영입과 연구개발에 나섰다. 이때 들어온 인력들과 함께 히트작인 ‘LCD(액정표시장치) 일체형 PC’를 개발했다.
신 사장은 “당시엔 커다란 데스크톱 컴퓨터와 모니터가 책상을 가득 채웠고 작업자는 책상밑에 레일을 깔아 받침대를 만든 뒤 그 위에 키보드를 놓고 칠 정도로 컴퓨터가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며 “본체와 모니터를 일체형으로 간소화한 제품을 내놓자 히트를 쳤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산신기술 인증과 산업디자인상 등을 받았다.
자신감을 얻어 LCD TV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 TV부문에서만 연매출 4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대기업과의 경쟁 심화, 해외사업에 대한 준비 부족 등으로 재고 부담과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2005년 10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은 2007년 591억원으로 거의 반토막나며 영업이익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LCD TV 사업을 접었다. 신 사장은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최종소비재 분야에서 손을 떼고 기업에 납품하거나 정부에 공급하는 제품만 개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새로 진출한 분야가 교통카드시스템이다. 버스 택시 지하철의 요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교통카드단말기와 발매기, 정산기, 충전기, 자동판매기 등 관련 제품을 제조하면서 이제는 국내 교통카드시스템 단말기 분야에서 국내 정상급 회사로 성장했다.
신 사장은 “LCD TV 사업의 실패에 절망하지 않고 ‘위기에는 반드시 기회가 숨어 있다’는 생각으로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에 진출한 것이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와 연계해 1회권 교통카드 단말기를 구축했고 서울 대전 포항 제주 등에 버스단말기를 설치했다. 그는 “해외로도 진출해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에 버스시스템과 복합버스단말기를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진흥 대통령상, 벤처산업대상, 철탑산업훈장, 다산기술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아울러 정부의 ‘망 분리 사업’에 최적화된 망전환듀얼PC, 녹색기술을 인증받은 슬림형PC, 금융모니터, 심장충격기 내장 광고형 디지털정보게시판(DID), 엘리베이터용 디지털정보게시판, 소형 전자 칩을 이용해 사물의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RFID)을 응용한 음식물개별계량기 등 다양한 응용제품을 속속 개발했다. 중소기업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조달 쳄?및 공공부문 등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틈새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 사장은 “사업의 초점을 고객들이 편리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LCD 일체형 PC는 컴퓨터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 사무실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고, 교통카드시스템은 카드 한 장으로 전국의 버스 지하철 택시를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제품으로 내놓은 ‘무선인식 음식물개별계량기’는 음식물쓰레기의 중량을 체크해 비용을 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내용이 인터넷으로 전송돼 중앙관리센터에서 과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신 사장은 “다양한 결제수단을 쓸 수 있고 안정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특히 우리 회사는 제품의 연구개발은 물론 제품의 생산, 설치 및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하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의 경영이념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다. 그는 “구성원이 행복해야 업무 능력도 배가되고 그 시너지가 고객에게 환원된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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