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CA 때문에…"

입력 2015-04-02 21:10
수정 2015-04-04 03:47
은행들, 국내 대상자 명단 미국에 9월 통보
미 시민권자들, 세금폭탄 맞을까 '안절부절'


[ 임원기 기자 ]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정모씨(38)는 미국 기업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재미동포다. 며칠 전 그는 거래 은행으로부터 해외계좌납세순응법(FATCA)이 시행되면서 곧 자신의 계좌 내역이 미 국세청(IRS)에 전달될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회사 세무사에게 문의했다가 “그동안 신고하지 않은 한국 내 소득이나 재산이 있을 경우 엄청난 세금과 벌금을 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9월에 미국인 계좌 정보 전달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이 IRS에 통보하기 위해 국내 거주 미국인의 계좌 정보를 취합, 국세청과 신원 확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미국 납세자로 확인되면 개별 통보하고 있다. 정씨는 “요즘 재미동포 사이에서 FATCA가 단연 화제 1순위”라며 “이제 와서 계좌를 숨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엄청난 세금을 물 것 같아 불안하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3월 체결한 ‘조세정보 자동교환河?rsquo;에 따라 두 나라 국세청은 오는 9월부터 납세자 정보를 교환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5만달러를 넘는 계좌 정보를 한국의 은행들이 국세청에 전달하면 이를 IRS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계좌 잔액 기준 시점은 지난해 7월1일이다.

FATCA는 해외에 5만달러 이상 계좌가 단 한 개라도 있는 미국 납세자(법인은 25만달러)에게 자진 신고·납세할 의무를 규정한 것. 미국이 자국민의 역외 탈세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인의 금융소득을 자동으로 통보받기 위한 조치다. 이의 실행을 위해선 해외 금융회사의 협조가 필요해 각국 정부와 조세조약을 맺고 있다.

현재 국내 거주 중인 미국인(영주권자 포함)은 1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갖고 있는 5만달러 이상 계좌는 약 1만개로 추정된다. 올 9월 국세청은 국내 금융사들이 전달해준 미국인의 납세코드번호, 사회보장번호(SSN), 계좌번호, 계좌잔액 등을 모두 IRS에 넘겨준다. 이 정보를 파악하는 순간 IRS는 자산 축적과 현금흐름 정보를 입체적으로 파악해 추적에 나선다.

○국적 포기자도 속출

미국인이 한국 내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게 드러나면 5년 이하 징역은 물론 세금 미납 시 시민권·영주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계좌에 돈이 가장 많았을 때를 기준으로 그 금액의 절반 또는 10만달러 중 큰 금액을 추징당한다. 처벌을 피하려고 계좌를 폐쇄하다가 적발되면 미 세법상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탈세’ 조항이 적용돼 가중 처벌된다.

FATCA 시행으로 인해 이래저래 귀찮은 일과 두려운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미 시민권자는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08년 231명에 불과했던 미 국적 포기자 수는 2010년 1534명으로 급증했다. 2013년 2369명, 지난해엔 3415명에 달했다. 2010년은 미국이 FATCA를 시행한 첫해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적을 포기한다고 해서 세금 부담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적을 포기할 경우 붙는 이른바 국적 포기세만 보유 자산의 30%에 달한다. 회계법인 CKP의 고혁준 이사는 “국적 포기를 할 경우 IRS의 표적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FATCA

해외계좌납세순응법(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미국 납세자가 외국 금융회사에 맡긴 5만달러 이상의 계좌를 미국 국세청(IRS)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의무화한 법.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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