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장관 "9호선 진작 나와봤어야 했는데, 붐벼도 이 정도일 줄이야…"

입력 2015-04-02 20:33
수정 2015-04-03 04:09
한경과 지하철 9호선 동행 인터뷰
시종 곤혹스러워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승객들 너무 많아 안전사고 우려…기재부에 열차 증차 예산 지원 요청할 것
무상버스 운영, 시민들 모르면 무용지물
복지예산에 대한 부담 크지만 안전 보장 안되면 사상누각에 불과
안전문화 정착시키고 의식 높이는 건 국민이 아닌 정부가 해야 할 일


[ 강경민 기자 ]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를 탄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시종 곤혹스러워했다. ‘지옥철’이라는 지적을 받은 9호선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끝을 흐렸다. 박 장관은 “통학버스에 사람을 무작정 밀어넣던 학창 시절이 생각날 정도로 불편하다”며 “안전 점검을 하러 나왔는데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30분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여의도역까지 급행열차를 타고 긴급 현장 점검을 했다. 9호선은 지난달 28일 2단계 연장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이 개통된 뒤 출퇴근 시간대 승객이 한꺼번에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다. 박 장관은 이날 9호선 열차 안에서 지난해 12월 취覃?이후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한국경제신문과 동행 인터뷰를 했다.

오전 7시부터 20분간 개화역 관제센터에서 현황 보고를 받은 박 장관은 개화역에서 일반 열차를 타고 다음 정거장인 김포공항역에 내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 장관은 한산한 객차에서 시민과 웃으며 대화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7시30분께 도착한 급행열차 출발역인 김포공항역 플랫폼은 이용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박 장관은 “서울 지하철 9호선에 승객이 지나치게 많이 타고 내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9호선 혼잡의 근본적인 원인은 열차 증차가 늦어진 것”이라며 “안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기획재정부에 열차 증차를 위한 예산 지원을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국가 재정도 어렵고 복지 분야에도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초가 부실해 무너져버리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 예산은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게 박 장관의 생각이다.

9호선 전 구간 중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염창역에 도착하자 이용자가 더 밀려들면서 박 장관과 동행한 기자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출근시간대 최대 혼잡도(탑승인원 기준 대비 실제 승객 비율)는 염창역~당산역 구간이 237%로,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가장 높다.

박 장관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면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사회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탓하면 대책이 나올 수 없다”?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국민안전처 직원들에게 절대로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다”며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의식을 높이는 건 국민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열차 안이 붐비다 보니 여의도역에서 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간신히 인파를 헤치고 열차에서 내린 박 장관은 “진작 현장에 나와봤어야 하는데 이 정도일 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현장 점검을 마친 뒤 기자에게 티타임을 자청하고 “기재부 및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서울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서울시가 내놓은 무료 버스 운영 등의 비상수송대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이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서울시가 시민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다만 “국가를 위해 국민안전처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명확하다”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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