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집요해진 '기술의 혼다' 전설이 시작됐다

입력 2015-03-31 07:10
Car of the month - 혼다 뉴 레전드

국내서 4년 만에 선보인 대형 세단
더 작고 더 강한 엔진으로 날렵해져
4륜 정밀조향 기술…주행 재미 잡아


[ 최진석 기자 ]
‘빠르지만 안전하게, 작지만 강하게, 중후하지만 경쾌하게.’

일반 자동차에서 함께하기 힘든 개념들이다. 하지만 좋은 차들은 양립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빨리 달리면서도 탑승객을 충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환경 규제에 따라 엔진은 작아지더라도 출력은 더 세지도록 요구받는다. 대형 세단이라면 중후한 품격이 우선이나 때로는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명차’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혼다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 ‘뉴 레전드’는 명차 반열에 오르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안전하게 빨리 달릴 수 있게 설계됐고, 엔진은 이전보다 작아졌지만 더 많은 출력을 뿜어낸다. 차체 길이가 5m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크지만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맹수처럼 민첩하다. 대립하는 개념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 이게 바로 혼다만의 기술이다.

혼다 뉴 레전드는 혼다 기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대형 세?시장, 그보다 더 치열한 고급 대형 세단 시장에서 혼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혼다코리아가 자신있게 올해 처음 출시하는 차량으로 뉴 레전드를 선택한 이유다. 2011년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레전드는 1985년 처음 등장한 1세대 이후 30년간 5세대에 걸쳐 담금질을 했다. ‘기술의 혼다’라고 불릴 정도로 집요하게 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회사의 플래그십(기함) 세단답게 강도에 신경을 썼다.


혼다코리아가 지금을 뉴 레전드 복귀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은 시장 상황 때문이다. 국내 수입 대형 세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올해도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저유가와 엔저도 호재다. 일본 브랜드들이 가솔린 고급차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뉴 레전드라면 국내 고급 세단은 물론 독일 세단에도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혼다코리아 창업주이자 회사의 핵심 엔지니어였던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모터사이클부터 자동차, 로봇, 비행기까지 모든 이동 수단을 연구해왔다. 뉴 레전드는 그곳에서 뽑아낸 새 기술이 가장 처음 적용되는 세단이다. 핸들링에 따라 네 바퀴가 모두 움직이며 최적의 자세를 잡는 4륜 정밀 조향 기술(P-AWS)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보석같은 환한 빛으로 앞을 밝혀주는 주얼 아이(Jewel eye) 헤드램프도 사상 처음 도입됐다. 자동감응식 정속 주행장치(ACC)와 저속 추종 시스템(LFS),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방지 제동 시스템(CMBS) 등 첨단 기술은 완벽한 자율주행의 직전 단계까지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평소에는 도서관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정숙성을 보이다 음악을 틀면 고급 크렐(Krell) 오디오 덕에 훌륭한 콘서트홀로 바뀐다.

레전드의 새로운 모델은 그야말로 첫 등장부터 역사가 된다. 동시에 미래 자동차 기술 발전 방향도 제시한다.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가진 특권이다. 이제 그 특권을 맛볼 차례다. 이름부터 전설인, 혼다 뉴 레전드의 힘찬 질주가 시작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