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자금의 3분의 1로
작은 점포공간 활용 극대화
수익보단 경험 쌓는 게 중요
마케팅·서비스로 승부해야
[ 강창동 기자 ]
지난 1월 초 같은 직장 선후배 사이인 최은광(41)·장종대(34) 씨는 충남 천안시 차암동에 ‘본초불닭발’을 열었다. 총 창업비용은 점포비를 포함해 5000만원 들었다. 둘이서 각각 2500만원을 투자, 큰 부담이 없었다. 매장 크기는 49㎡(약 12평)로 작고 점포 입지도 좋지 않지만 한 달 매출 2000만원, 순익 700만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이들의 창업 전략은 단순했다. 점포도 작고 입지도 나쁘지만 지역 광고와 홍보, 테이크아웃과 배달 판매를 늘리면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전부였다. “경험이 없는데 무턱대고 과도한 투자를 하면 남들이 보기에는 좋지만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니 자본으로 창업했습니다. 다만 둘 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마케팅에 능하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살려 매출 증대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뒤 전문가 수준이 되면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투자 여력 있어도 공격적 창업 삼가
자영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두드러진 트렌드가 ‘스몰창업’이다. 스몰창업은 기존의 소자본 창업과 구별된다. 자금이 부족해서 하는 수 없이 소자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투자비의 3분의 1 이하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 여력이 있든 없든 초보 창업자이기 때문에 투자비와 매장면적·직원 등 모든 비용을 축소하는 형태의 창업이다.
스몰창업의 목적은 모든 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아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다. 때문에 실패할 경우에도 타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스몰창업은 몇 년 전부터 서울 홍대 상권의 변두리나 가로수길의 변두리인 세로수길 등에서 시작해 이태원 경리단길 등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일본에는 예전부터 스몰창업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일본은 100년이 넘는 오래된 음식점이 전국에 1만개가 넘는다. 이들은 창업 초기 의자가 10개도 채 안 되는 작은 점포에서 시작한 게 대부분이다. 일본은 건물주가 함부로 점포 임대료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대를 이어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스몰창업의 6가지 원칙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스몰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략 6가지 원칙을 지키는 게 좋다”며 “투자비가 적게 들어가 창업 초기에는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으므로 경영이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가 말하는 첫 번째 원칙은 ‘자신이 가진 투자비 중 3분의 1 이하로 투 玟灸?rsquo;는 것이다. 스몰창업은 자신이 가진 자금의 일부분을 투자해 경험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뤄진다. 두 번째는 ‘점포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스몰점포는 주방과 고객의 거리를 좁히고 주방에서 바로 서빙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좁은 공간에 가장 많은 좌석을 놓도록 매장을 설계해야 하며 인건비도 최소화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세 번째는 ‘장인정신을 가지라’는 것이다. 스몰창업의 목적은 경험과 노하우 습득이다. 노력하는 자세로 경영상태를 분석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
네 번째는 ‘취급하는 품목을 단순화하고 전문성을 키우라’는 것이다. 초보자일수록 취급하는 품목이 많고, 전문화하기도 어렵다. 많은 상품이나 메뉴는 점포의 콘셉트를 흐릴 뿐이다. 다섯 번째는 ‘상품성과 마케팅, 서비스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적은 창업비로 하기 때문에 좋은 점포나 상권에서 시작하기 어렵다. 오로지 상품성과 마케팅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점포 가동률을 높여라’는 것이다. 스몰창업은 작은 점포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매장 방문손님만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기 힘들다.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영업을 추가해 점포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