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가입 선언 다음 날…IDB 총재 "한국은 우리 도울 파트너"

입력 2015-03-27 20:46
수정 2015-03-28 04:11
국제개발은행, 한국에 '러브콜'
부산서 IDB 연차총회

한국, 신흥 원조국 부상
수출입은행과 긴밀 협조…협조융자금 추가 조성


[ 김주완 기자 ]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선언한 다음날인 27일 또 다른 다자개발은행(MDB)의 수장인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는 한국에 협력 강화를 부탁했다. 모레노 IDB 총재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를 도울 파트너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신흥 원조공여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커지는 한국의 위상

모레노 총재는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I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IDB는 1959년 중남미 경제·사회개발 촉진과 경제 통합을 위해 설립됐다. 한국은 2005년 빈곤감축기금, 중소기업협력기금 등의 명목으로 1억8000만달러를 출연하고 IDB에 가입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열리는 첫 IDB 연차총회다. 역외 국가 중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모레노 총재는 특히 한국수출입은행과 IDB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수출입은행과 협조해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한국의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하나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 저금리로 지원하는 기금이다. 규모는 2013년 승인액 기준으로 1조2793억원에 달한다.

실제 IDB는 이번 부산 총회 개최를 계기로 수출입은행의 협조융자금을 추가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콜롬비아 등 낙후된 중남미 국가의 인프라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자개발은행들은 해당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만 새로 출연할 국가는 한국, 중국 등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이 AIIB를 설립하면서 한국에 러브콜을 계속 보낸 이유 중 하나도 한국이 역내에서 출자금을 낼 여력이 가장 큰 나라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투자 기회 확대

그렇다고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돈을 퍼주는 것은 아니다. 다자개발은행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수월해진다. 모레노 총재도 이날 “한국이 IDB의 주주가 된 것은 한국에도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IDB 가입 이후 한국 기업의 중남미 지역 진출은 늘어났다. 이 지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04년 49억1146만달러에서 지난해 176억354만달러로 3.6배 늘었다. 중남미 지역의 건설 수주액은 같은 기간 4000만달러에서 67억달러로 급증했다. LS산전은 지난해 IDB의 중남미 지역 인프라 확대 사업에 참여해 110억원 규모의 아이티 변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서밋 성황

이번 부산 IDB 총회에 앞서 26~27일 열린 ‘한·중남미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중남미 국가와 한국 기업 간 계약 상담이 잇따랐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정부, 콜롬비아 칼리개발공사, 멕시코 인프라공공은행 등 중남미 140여개 공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두산중공업, 대우인터내셔널 등 290여개 기업이 관심을 가졌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총 1만100여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74억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보고타 지하철 사업 상담회에는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 국내 건설사가 참여했다. 이번 상담을 계기로 콜롬비아 기획개발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은 서울의 지하철을 직접 방문·시찰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상담회를 계기로 건설 외에도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중남미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