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융위 새벽까지 해법 골몰
가계 가처분소득 줄어
경기에 부담 논란도
[ 장창민 기자 ]
26일 오전 1시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택시를 잡던 기자는 금융위 금융정책과 직원과 마주쳤다. 퇴근길의 그는 지친 표정으로 “아직 사무실에 몇 명 더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새벽 퇴근을) 한 지 한 달이 넘었다”고 했다. 금융위 직원들이 요즘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이유는 안심전환대출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수요에 연간 대출한도 20조원이 금세 바닥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제2금융권 차입자는 전환대출 대상에서 빠지면서 형평성 시비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에는 근심 거리가 됐다.
안심전환대출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당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1089조원(작년 말 기준)에 달하는 가계 빚이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카드의 하나로 안심전환대출을 꺼냈다.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질 나쁜 빚’을 이자 부담을 줄여주되 원금도 함께 갚도록 해 가계 빚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책 취지는 좋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았다. 대출한도 소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재원 확대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다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 대출자까지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아우성을 치자, 금융위는 “고민하겠다”는 말까지 내놓는 지경이 됐다. 여기다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 이미 원금을 갚고 있는 채무자는 대출을 신청할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세금을 들여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금융권에선 ‘상품 설계 때 고민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 수요 예측에 실패하고 수혜 대상을 잘못 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임원은 “올초 금융당국과 회의할 때 은행권에서 서민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대출을 내줄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완강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감춰진 고민은 또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가계 빚 체질 개선에 어느 정도 효자 노릇을 하겠지만, 정부의 기존 경기부양 기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원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한도나 대상을 더 늘릴 경우 대출자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결국 허리띠를 ?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떨어지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일부 유동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직원들 역시 당분간 새벽 퇴근을 반복해야 할 것 같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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