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이재용 비즈니스'] 미래사업 대수술…바이오로 제2의 'D램 신화' 쓴다

입력 2015-03-25 21:28
수정 2015-03-26 03:48
(5·끝) 선단식 경영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기차 배터리 확대…태양광·LED는 축소

방산·석유화학 한화에 매각
"키울 건 키우고 줄일 건 줄인다…문어발식 확장 절대 안할 것"


[ 주용석 기자 ] 2013년 4월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이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을 찾았다. 막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프레이저 회장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이 머크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삼성의 바이오 사업 역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작년 2월, 삼성과 머크는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공동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발표했다. 삼성이 머크가 만든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고 머크가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이 약을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지난해 4월에도 한국을 찾은 프레이저 회장과 만나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위스 바젤 출장길에 삼성과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제베린 슈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기도 했다.

‘이재용 체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삼성의 신사업은 단연 바이오다. 삼성 내부에서 “삼성전자를 빼면 이 부회장이 가장 공들이는 사업은 바이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삼성이 바이오 사업에 눈을 돌린 건 2010년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LED(발광다이오드)를 5대 신수종 사업(미래 먹거리)으로 선정하면서다. 이후 2011년 바이오로직스(의약품 생산), 2012년 바이오에피스(의약품 개발)를 설립하며 바이오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3년도 안 돼 바이오에피스는 두 건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임상시험까지 마치고 최근 유럽 보건당국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다른 회사에서 통상 4~5년 걸리는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했다.

생산설비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인천 송도에 3만L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능력을 갖춘 1공장을 지은 데 이어 내년까지 15만L 규모의 2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18만L 생산능력을 갖춰 스위스 론자(24만L), 독일 베링거인겔하임(22만L)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

증권가에선 “1980년대 초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앞으로 바이오 사업에서 ‘제2의 D램 신화’를 쓸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삼성이 속도를 내는 분야다. 사업을 주도하는 삼성SDI는 올 10월 가동을 목표로 중국 시안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지난달에는 1000억원을 들여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했다. 독일 BMW와도 손을 잡았다.

반면 일부 신사업은 과감히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태양광이 대표적이다. 신수종 사업 선정 때만 해도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혔지만 지금은 거의 철수한 상태다. 사업 시작 때와 달리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LED도 완제품(LED 조명)은 접었고 부품(LED칩) 사업만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데다 해외에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만만치 않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료기기 사업은 아직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지멘스 등 선두권 업체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5년 전 짰던 신수종 사업을 그대로 고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삼성이 작년부터 ‘선단식 경영’이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한화에 매각하겠다고 밝혀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구조조정을 하긴 했지만 당장 눈앞의 생존이 목적이었다. 반면 지금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 부문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20년 넘게 해온 광소재 사업을 작년 12월 미국 코닝에 매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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