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학자 총회] 빈곤율 38%→14% '칠레의 기적'…시장 개방·민영화가 주역

입력 2015-03-24 21:41
수정 2015-03-25 10:3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2015 리마 지역총회를 가다
美 자유주의 경제학 배운 '시카고 보이즈' 활약
관세율 대폭 인하 등 경제 자유화로 성장 주도


[ 김홍열 기자 ]
아널드 하버거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이자 UCLA 교수는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리마 지역총회’의 주제인 ‘자유:이론과 실제’에 걸맞게 ‘칠레의 경제 기적’을 사례로 들었다. 경제 기적의 중심에는 경제 자유화의 상징인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시카고대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공부한 칠레 유학생들)’의 활약이 있었다며 얘기를 풀어갔다.

하버거 교수는 “1970년대 중남미를 강타한 경제 자유화와 개혁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시카고 보이즈와 연결돼 있었다”며 “다른 중남미 국가들보다 칠레에 유난히 시카고 보이즈가 많았다”고 말했다.

◆1975년 시장경제로 전환

1970년대 초기 칠레 경제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 아래 사회주의적인 기업 국유화와 보호주의 정책, 140~150%에 이르는 만성적인 물가상승률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1974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칠레의 경제 정책은 대전환점을 맞는다. 시카고 보이즈가 1975년부터 피노체트 정부의 경제 관료로 속속 입성하면서 시장경제 중심의 대대적 구조 개혁에 나선 것이다.

‘시카고 보이즈’ 경제 관료들은 고물가의 고삐를 잡아 민생을 안정시키고, 수입 관세율을 과감히 낮춰 수출과 외환보유액을 늘렸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재산권을 보장하고, 비효율적인 국유기업도 민영화해 경제를 활성화했다. 피노체트 정권의 경제 개혁기 말인 1990년 38.6%에 달했던 칠레의 빈곤율은 2011년 14.4%로 떨어졌다.

당시 그런 ‘시카고 보이즈’를 가르친 주인공이 하버거 교수와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 게리 베커, 제임스 헤크먼, 로버트 루카스, 로버트 먼델, 조지 스티글러 교수 등이었다. 하버거를 제외하면 모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며 프리드먼, 베커, 스티글러는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의 멤버였다. 프리드먼은 시카고 보이즈가 ‘칠레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했다.

◆수입 관세 인하의 역발상

하버거와 시카고대 교수들이 시카고 보이즈에 주문한 과제는 무엇보다 자유화였다. 그는 “경제노선(ideas)과 결과(consequences)를 잇는 중간 과정은 경제 정책”이라며 칠레의 수입 자유화를 개혁 정책의 하나로 꼽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수입 관세율을 50%에서 10%로 대폭 인하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입 비중이 10%에서 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식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수입 제품에 내는 돈을 충당하려면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수출산업이 성장한다는 설명이다.

하버거 교수는 “관세를 인하하면 비효율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경제 활동이 효율적이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으로 전환된다”며 “칠레 경제의 성공이 그 증거”라고 역설했다.

◆생산성 관건은 경제적 자유

그는 좋은 경제 정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같이 나쁜 정책이 운 좋게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하버거 교수는 “경제는 노동 투입량과 자본 투자 증가, 자본 수익률 상승 등으로도 성장하지만 결국 자유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을 진보시키며,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순비용 절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Mont Pelerin Society.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창립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모임. 법치와 정부의 간섭 없는 시장경제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기치를 세웠다. 매년 회원들이 속한 국가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2017년 총회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리마=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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