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은 총재 "야, 정부의 옳은 일엔 통 크게 협조하라"

입력 2015-03-23 20:53
수정 2015-03-24 03:55
문재인 대표 만나 '쓴소리'

"공무원연금 개혁은 대통령 용단"


[ 고재연 기자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대응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문 대표가 23일 ‘소득 주도 성장론’의 구체적 방안을 구상하기 위해 마련한 경제석학과의 대화 자리에서다.

박 전 총재는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에 진척이 없는 것을 두고 문 대표에게 “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 전 총재는 “공무원연금 문제를 시정하는 일은 인기가 없는 일인데, 이것을 현 정부가 떠맡고 개혁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라며 “그런데 야당에서 이 개혁에 소극적인 것 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우리가 발목 잡고 있는 게 아니다”며 “저도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다”고 강조했다. 취지는 동의하나 구체적 방법론에서 여야 간 이견이 있다는 의미다. 문 대표는 “문제는 노후소득 보장이 돼야 하는 것인데,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선에서 고액연금을 받는 사람 등을 제한하다 보면 우리 안이 여당 안보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가 주장하는 ‘가계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논의했다. 박 전 총재는 ‘가계소득 주도 성장론’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기업별 사정도 일부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계소득 주도냐, 기업소득 주도냐 하는 문제는 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의 문제”라며 “노동의 유연성, 꼭 필요한 규제 완화 등은 일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유연성은 곧 쓰러지는 기업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기업의 경영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은 4대 보험 지원, 세제 지원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전 총재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개별적인 복지, 예를 들어 노인이나 빈곤층에 대한 생계 지원 등은 선별적 복지로 가는 게 옳다. 소외된 사람을 더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선별 복지를 더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는 1시간40분가량 진행됐으며 박 전 총재 외에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정표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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