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키워드는 '원가 다이어트'…유화업계, 해외진출로 불황 탈출

입력 2015-03-22 22:42
한화 사우디·롯데 우즈벡
현지서 저렴하게 원료 조달
석탄 풍부한 중국에도 몰려


[ 박영태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 유전 및 가스전 지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값싼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아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중국의 빠른 추격을 따돌리려는 전략의 하나다.

한화케미칼은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공장 준공식을 열고 정식 가동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사우디 석유화학업체인 시프켐과 합작해 9억달러(약 9900억원)를 투자한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15만t 규모다. 연산 16만t의 울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은 삼성토탈을 인수하면 생산능력이 44만t으로 늘어나 글로벌 1위인 듀폰(연산 40만t)을 앞지르게 된다. EVA는 신발 밑창과 전선 피복, 태양전지 시트 등으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사우디 공장은 원료인 에탄가스를 현지에서 싸게 조달하기 때문에 나프타를 원료로 할 때보다 제조원가가 절반 수준”이라며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이라크에 에탄가스 분해설비(에탄 크래커) 건설도 추진 중이다. 에탄 크래커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 중간제품까지 생산하는 화학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시장 상황 등을 봐가며 중장기적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 가스전과 미국 셰일가스전 인근에 화학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 올 4분기 준공을 목표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연산 39만t의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연산 8만t의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 유화업체 액시올과 합작해 루이지애나주 셰일가스전 인근에 에탄분해설비(ECC)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황을 고려해 미국 ECC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상반기 중에는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 중국 진출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상하이 선양 등 공업단지 위주로 진출했다면 최근에는 원료 조달이 쉬운 지역 투자가 느는 추세다.

SK종합석유화학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시노펙과 합작해 후베이성 우한에 세운 에틸렌 공장을 지난해부터 가동 중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비롯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화학제품을 연간 250만t 생산한다.

OCI는 지난해 12월 중국 안후이성 마안산시 화공신재료산업단지에 콜타르 정제공장을 착공했다. 연간 정제량은 35만t으로 내년 초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마안산철강그룹으로부터 철강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공급받아 프린터 잉크 원료인 카본블랙오일, 나프탈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산둥성에도 연산 38만t 규모의 콜타르 정제공장을 운영 중이다. OCI 관계자는 “중국에서 콜타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정체된 한국 시장을 벗어나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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