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저격수'로 뜬 26세 MIT 대학원생

입력 2015-03-22 22:26
"부동산·주식 뭉뚱그려…불평등 심화 주장은 오류"


[ 노경목 기자 ] 26세의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세계 경제학계 거물인 토마 피케티 파리대 교수의 저격수로 떠올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학 중인 매슈 론리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일 열린 브루킹스경제패널에 주제 발표자로 나서 “피케티가 작아 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점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아 임금 소득으로는 타고난 부에서 나오는 지대 소득을 이길 수 없고, 경제 불평등은 악화된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론리는 이에 대해 자본에 포함된 부동산과 주식, 지식재산권 등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이질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 실적에 따라 출렁이는 주식과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이는 부동산을 똑같이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평등이 악화됐다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까지 주요 7개국에서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이 1인당 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이후 정보기술(IT) 산업 발달로 지식재산권에서 얻는 수익이 늘며 해당 비중도 올라갔지만 이 역시 피케티가 말한 불평등 악화와는 다르다. 론리는 “소프트웨어 등 IT는 효용 주기가 짧아 높은 지대를 안겨주고 곧 쓸모없어지므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압도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비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완만하게 상승하며 자본수익률 증가를 이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동산 자산의 분배가 다른 자산보다 폭넓게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불평등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론리도 “피케티의 도식을 근거로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결국 토지 이용과 건축을 규제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행사에 참석한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피케티 주장에 대한 가장 명확한 논증”이라며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내용을 잘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론리는 이런 주장을 발표한 이후 피케티와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했다.

피케티는 그에게 “(당신은) 내 주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불평등이 당분간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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