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야구 이어 F1·크리켓·테니스까지…스포츠도 빅데이터 시대…SAP, 新시장 개척

입력 2015-03-22 22:19
테라바이트급 데이터 분석 '코칭 프로그램' 제공
관람객용 모바일 앱도 개발…한국 스포츠 시장 진출 추진


[ 안정락 기자 ]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경주대회 F1(포뮬러원)의 명문팀 맥라렌(McLaren). 이 팀의 F1 머신(경주용 자동차)에는 200여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다. 머신이 경기장에서 시속 320㎞로 질주하는 동안 이들 센서는 차량의 속도, 운전자의 상태, 바퀴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팀에 전달한다. 한 번의 경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일반 데스크톱 PC 하드디스크의 5~6배 정도인 3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이들 데이터는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팬들을 위한 자료로도 제공된다.

맥라렌팀에 분석 솔루션을 제공한 회사는 독일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다. 스콧 러셀 SAP 아시아태평양 담당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1 경기에서는 0.001초로 승패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데이터의 지속적 분석과 관리가 필수”라며 “SAP는 F1은 물론 축구 야구 테니스 크리켓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 선수와 팀을 위해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에 재미 더하는 빅데이터

빅데이터 분석은 스포츠 팬들에게도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크리켓 월드컵 2015’ 8강전 인도 대 방글라데시 경기. 수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이날 경기에서 팬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크리켓을 즐길 수 있었다.

국제크리켓협회(ICC)가 이번 월드컵을 위해 팬 서비스 차원에서 SAP와 함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매치센터’를 개발한 덕분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크리켓 팬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코어와 선수들의 기록, 투수(볼러)의 구질 등을 확인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제니 루이스 SAP 글로벌 스폰서십 기술 담당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공의 속도와 방향은 물론 해당 선수의 지난 기록까지 총 스무 가지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했다”며 “이들 데이터를 합친 뒤 실시간으로 앱을 통해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통해 실제 경기 분석

지난해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할 당시에도 SAP의 빅데이터 솔루션은 ‘12번째 선수’로 맹활약했다. 당시 독일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SAP와 협력해 ‘매치 인사이트’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독일 대표팀 선수들은 양 무릎과 어깨에 네 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훈련했고, 센서 하나에서 1분당 1만2000여개의 데이터가 생성됐다. 선수들의 호흡이나 맥박 수, 근육 움직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측정해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었다. 이들 자료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컨디션 조절에 활용됐다.

실제 경기 때는 센서 착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영상 데이터를 만들어 자료를 모았다. SAP는 한국에서도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축구 야구 등의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 스포츠 협회, 팀 등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SAP의 핵심 기술은 ‘한국산’

SAP가 스포츠 분석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나선 배경에는 독자적인 데이터 처리 기술인 ‘하나(HANA)’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하나는 빅데이터를 서버 메모리상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1만배 이상 빠르다. 하나 플랫폼은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2000년 제자들과 함께 만든 벤처기업 TIM이 개발한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2005년 SAP가 TIM을 인수하면서 SAP를 대표하는 핵심 기술로 발전했다.

멜버른=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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