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데스크 시각] 등 두드려 준다고 경제 해결되나

입력 2015-03-22 20:55
수정 2015-03-23 03:50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 홍영식 기자 ] 유력 대선 주자인 여야 대표들은 요즘 입만 열면 ‘경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월8일 대표 경선에서 이긴 뒤 ‘유능한 경제정당’을 지향점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 대표는 약속이나 한듯 경제 행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 현장 방문 및 경제인들과의 간담회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2월에 치러지는 대선 전략과 연결된다. 김 대표는 내년 7월, 문 대표는 2017년 2월에 각각 대표 임기를 끝낸다. 대선 가도 1차 관문인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경제·민생 구호는 필수 요소다. 일종의 아젠다 선점 전략이다. 총선 패배는 대선 후보 중도하차와 다름없다.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선점 경쟁에서 밀리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

조기에 불붙은 경제 대선전

경쟁이 조기에 불붙은 때문일까. 두 대표의 경제 관련 발언을 두고 무책임하거나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재계인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가 이런데도 정치권은 규제개혁을 한다면서 실적 쌓기와 보㈐殮蒐?입법을 남발해 오히려 규제를 만드는 행태를 적지 않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선심경쟁에 나서며 기업이 원하는 바와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다.

국정 운영에 공동 책임을 진 집권당 대표는 자아비판에만 머물지 말고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만 마치 ‘남의 얘기하듯’ 했다. 기업을 겨냥한 규제, 표적 입법은 올 들어서도 잇따라 제출되고 있다.(본지 3월7일자 A8면 참조)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영란법에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도 우루루 찬성표를 던져 ‘말 따로 행동 따로’를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문 대표는 ‘문전성시(문재인 앞에 시민이 모이게 한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 수단은 ‘소득 주도 성장론’과 ‘두툼한 지갑론’이다. 지난 대선 패배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념보다는 경제를 앞세워 중도층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51 대 49’의 박빙 싸움에서 ‘스윙보터(swing voter·특정 정당이 아닌 이슈나 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계층)’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정치부장당에서도 "정교하지 못해"

그렇지만 당내에서 조차 “정교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충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하고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법인세율·고소득자 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 부진 속에 법인세율을 올객摸?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는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확대, 금융소득 종합 과세 강화 등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정책이다. 문 대표는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 홍준표 경남지사와 무상급식 ‘맞짱토론’을 했으나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 채 말싸움만 벌였다.

대선 주자들이 현장을 찾아 기업들과 서민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만으로 그들의 등을 따뜻하게 할 수는 없다. 다른 선거도 아닌 대선이다. 알맹이 없이 “문제는 경제다”라는 구호만으로 ‘50보 미인(멀리서 보면 미인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식의 판단을 하게 해선 안된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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