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판 바이오젠은 언제 나올 수 있나

입력 2015-03-22 20:47
최근 뉴욕 증시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기업은 바이오젠 아이덱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도 잇달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 가장 효과가 높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첫 실험결과를 발표한 이후 바이오젠 주가는 무려 54%나 급등했다. 1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며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신약 승인에 필요한 최종 실험단계로 곧바로 넘어갈 것이라는 소식이다.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의학계도 바이오젠 성과에 놀라는 눈치다. 굴지의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성공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스캔고스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가 2010년 바이오젠 최고경영자로 오면서 선택과 집중을 감행했던 것이 주효했다. 바이오젠은 15년 만에 5000선을 돌파하는 나스닥 상승세도 견인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쏠림현상이 바이오산업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미국 기업의 혁신이 전방위적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강력한 신호다.

한국에서는 바이오젠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없는 것인가. 최근 국내에서도 바이오·제약 벤처들이 코스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바이오헬스 미래 신산업 육성 전략’을 내놨다. 2017년까지 바이오의약품 5개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오히려 거창한 구호만 난무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불과 얼마 전엔 ‘2017년 세계 10위권 제약산업 육성, 2020년 7대 제약 강국’을 외치던 정부였다.

복제약에 집착하는 동안 한국판 바이오젠은 나오기 어렵다. 최근 국내 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다지만 다 합쳐도 글로벌 제약회사와 경쟁하기 버거운 현실이다. 약가정책 건보정책 등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제약산업은 정부 복지정책의 하수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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