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들 난상토론…대통령에 직접 보고 늘었다

입력 2015-03-20 20:54
수정 2015-03-21 04:00
이병기 비서실장 취임후 확 달라진 청와대 분위기

이병기 키워드는 소통·홍보
각종 현안 자유 토론 유도…여 지도부와 수시로 전화 통화
대통령 참석행사 사전 브리핑…언론과의 접촉도 활발해져


[ 도병욱 기자 ]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취임한 지 3주가 지나면서 청와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청와대 내부 소통은 보다 활발해졌고, 대(對)국회 및 대언론 접촉면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 풍경이 달라졌다. 김기춘 전 실장 시절에는 각 수석이 소관 분야에 대해 보고한 뒤 실장이 간단하게 코멘트하는 식으로 회의가 이뤄졌다. 반면 이 실장은 각종 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난상토론을 유도하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러다 보니 엄숙했던 회의 분위기도 변했다. 한 참모는 “실장과 수석이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등 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자유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 보고체계도 바뀌었다. 김 전 실장은 행정관-비서관-수석-실장-대통령 순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를 중시했지만, 이 실장은 직원들에게 “내 방문은 수석들만 드나들라고 있는 게 아니다”?자유로운 보고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석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과거보다 늘었다고 한다.

국회와의 소통도 강화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는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며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김 대표나 유 원내대표와 거의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실장 시절에는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대표를 한 달에 1~2회 찾았다면, 이제는 1주일에 1~2회 만나러 온다”며 “이 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김 대표와 상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실장과는 논의할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화해서 소통할 수 있다”고 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당직자들이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도 전화통화를 종종 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실장은 또 이달 말 새누리당 원내 부대표들이 참석하는 저녁 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먼저 당에 전화를 걸어 “인사를 못 나눈 의원들도 있으니,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이 끝난 뒤 두 시간 동안 여야 대표와 발표문 내용을 직접 조율한 것이나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배웅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직접 제안한 것도 이 실장의 소통 코드를 보여주는 사례다.

홍보도 이 실장이 강조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이 실장이 임명된 다음날 수석실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 실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비롯한 내부 회의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금기시했다. 안종범 경제수석이 7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18일 이례적인 사전 브리핑을 한 것도 이 실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사후에만 브리핑할 게 아니라 사전에도 브리핑해 언론에 알려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언론 접촉이 없었던 김 전 실장과 달리 이 실장은 사석에서 “기자들을 공관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하는 등 언론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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