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과 함께하는 생활서 배우는 경제상식 (5)
무임승차 : 본래 요금을 내지 않고 지하철, 버스를 타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무임승차가 경제용어라면 좀 의아하죠? 무임승차가 어떤 문제를 낳는지 알고 나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
지하철에는 노인도 아니면서 몰래 요금을 안 내고 타는 얌체족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더 태운다고 지하철이 못 가지는 않죠. 하지만 무임승차 때문에 철도공사는 손실이 발생하고 그 손실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모두가 무임승차를 한다면 대중교통은 세금 먹는 하마가 되겠죠. 이처럼 책임을 회피하는 무임승차는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경제용어로 무임승차는 공동 소유물이나 공공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그 혜택은 공짜로 누리는 것을 가리킵니다.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라고나 할까요. 최근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1%가 조별 과제 때 무임승차하는 팀원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비용 부담 없이 혜택만 누리려는 ‘얌체’
학교에서도 무임승차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교실 청소를 할 때면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딴짓하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청소를 끝내면 청소한 친구나 딴짓한 친구나 똑같이 책임을 완수한 것이 됩니다. 그러면 열심히 청소하던 친구들도 다음에는 요령을 피우고 싶어지겠죠.
교실 청소 사례처럼 무임승차 문제는 공동 부담, 공동 책임이 되는 공공재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정부는 부도덕하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강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경우 무임승차자에게 본래 요금의 30배를 벌금으로 물리고 있죠.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공재라고 하죠. 주로 국가가 제공하는 국방, 치안, 행정 서비스, 기상 예보, 가로등, 등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럼 물은 공공재일까요 아닐까요? 같은 물이라도 수돗물은 공공재이지만 빗물은 자유재이고 생수는 경제재로 분류됩니다.
수돗물 ‘공공재’, 생수 ‘경제재’
빗물은 왜 자유재일까? 이유를 찾으려면 희소성부터 알아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희소성에 따라 자유재(free goods)와 경제재(economic goods)로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희소성은 사람의 욕심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자유재는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재화인 반면 경제재는 인간의 욕구에 비해 그 양이 한정되어 있어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재화를 말합니다.
빗물은 누구나 돈을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자유재이죠. 물 햇빛 공기처럼 자연에서 만나는 것들은 자유재에 속합니다. 하지만 생수는 돈을 내야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재로 분류됩니다. 대부분의 재화가 경제재에 해당됩니다.
햇빛은 본래 자유재지만 햇빛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면 햇빛도 경제재가 됩니다. 그래서 집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 햇빛을 가릴 경우 일조권 침해에 따른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깨끗한 공기도 얼마든지 경제재처럼 거래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휴대용 산소 캔을 팔기도 하니까요.
사회·시대 따라 달라지는 ‘희소성’
지구상에는 물이 많지만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은 전체 물의 2.5%에 불과하고 빙하를 제외하면 먹을 수 있는 물은 0.26%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자유재인 이 물을 경제재인 생수로 마구 바꿔 써 버린다면 마시지 못할 물만 남게 되겠죠.
자연에서 얻는 자유재는 환경 파괴로 인해 점차 경제재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유재라고 해서 영원히 자유재로 머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구가 사막처럼 변한다면 빗물도 경제재로 바뀔 것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희소성도 변하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느껴지죠?
우리가 마트에서 사서 먹는 생수는 경제재면서 바로 사유재(private goods)입니다. 사유재는 공공재의 반대 개념으로 개인이 소유한 재화를 말합니다. 경제재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 사유재가 되는 것입니다. 사유재는 재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배제성’이라고 합니다.
또 마트에서 내가 사고자 하는 물품이 매진되기 전에 얼른 가서 구매해야 하고 내가 이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이 재화를 소비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는 ‘경합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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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공공재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1) 주로 기업에 의해 공급된다.
(2) 소비를 할 때 배제성을 가진다.
(3) 소비를 할 때 경합성을 가진다.
(4)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5) 국방 서비스, 등대와 같은 재화를 공공재라고 한다.
[해설] 공공재는 소비에 배제성과 경합성이 없는 재화다. 사람들이 공공재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한 사람이 공공재를 소비해도 다른 사람이 공공재 소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태풍경보, 국방 서비스, 가로등, 등대 등과 같은 재화가 공공재에 해당한다. 공공재를 소비하여 이득을 보면서도 그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려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급하게 된다. 정답 (5)
[문제] 다음 보기 중 속담과 경제개념 간 연결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 소비자 균형
(2)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 기회비용
(3)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외부불경제
(4) 친구 따라 강남 간다 - 백로효과(스놉효과)
(5)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 - 희소성의 원칙
[해설] 희소성의 원칙은 사람의 욕망은 무한한테 자원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희귀성은 절대적인 자원의 양을 고려한 것으로 재화가 아무리 희귀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재화의 소비를 원하지 않으면 희소성이 없는 재화다. 스놉효과는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 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스놉효과에서 소비자들은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는(못하는) 제품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보통 가격이 비싸서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품 등이 해당된다. 정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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