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테면 따라와 봐"…中 주식투자 강자 유안타증권

입력 2015-03-20 07:10
Cover Story - 유안타증권

후강통 관련 주식거래 부문, 삼성증권 이어 시장 점유율 2위
중화권 리서치 기능 뛰어나…아시아 최고 리서치하우스로 꼽혀
인공지능으로 종목 추천하는 '마이티레이더'로 모바일증권 선두


[ 안대규 기자 ]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공동대표 황웨이청)은 요즘 매일 20분씩 일선 영업점 대리·과장·차장급 직원을 사장실로 초대해 1 대 1 면담을 한다. 임원이나 지역본부장, 지점장을 대동하지 않는다. 사장과의 1 대 1 면담은 직원 입장에서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면담은 ‘격정적 토론장’으로 바뀌곤 한다. 과거 ‘동양사태(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로 투자자가 손해를 본 사건)’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출발하기 위해서는 ‘격의 없는 대화’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직원들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한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유치 국내 1위’로 유명했던 옛 동양증권은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대만 1위 증권사 유안타증권이 내민 손을 잡았다. 때마침 국내 유일 중화권 증권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과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전문 증권사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골드만삭스’ 표방 중화권 맹주

동양증권의 모태는 1962년 설립된 일국증권이다. 1985년 옛 동양그룹이 인수해 동양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13년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작년 5월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됐다.

유안타금융그룹의 한국 시장 진출 시도는 200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LG 상호 사용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여 인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작년 동양증권 인수로 한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문을 두드린 지 꼭 10년 만이다.

주식 위탁매매가 최대 강점인 유안타증권은 옛 동양증권과 사업구조에서 많이 닮았다. 동양증권은 한때 116개 지점을 보유, 점포망 기준으로 국내 2위를 달렸다. CMA, 주식 위탁매매 같은 리테일 영업에서는 국내 최강자로 꼽혔다. 아시아 영토 확장을 구상 중인 유안타금융그룹이 ‘기본기가 탄탄한’ 동양증권 인수를 줄기차게 추진해온 배경 중 하나다. 한국 시장에서 중화권 전문 증권사로 동양증권을 키운 뒤 일본 증권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게 그룹의 장기 전략이다.

유안타증권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은 동양증권보다 1년 앞선 1961년 설립됐다. 유안타금융그룹은 대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걸쳐 은행, 증권, 선물, 벤처캐피털 등 9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은 5조6000억원, 당기순이익은 2800억원 수준이다. 주력 계열사인 유안타증권은 대만 현지 1위 증권사로 190여개 지점과 55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주식 위탁매매 부문, 채권투자, 선물 등에서도 업계 1위다. 유안타금융그룹의 국제 신용등급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A-’다.

중국을 가장 잘 아는 증권사

국내 유안타증권은 중국을 가장 잘 아는 증권사라는 뜻으로 ‘위 노 차이나(We know Chin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화권 주식·금융상품·투자금융(IB) 사업에서 국내 1등 증권사가 되겠다는 포부로 내놓은 핵심 사업이다. 작년 11월 중국이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의 상하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후강퉁’ 제도를 시행하면서 유안타증권은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유안타증권은 현재 후강퉁 관련 주식거래 부문에서 삼성증권에 이어 국내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강점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중화권 리서치 기능이다. 홍콩 유력 경제지 아시아머니가 실시한 조사에서 작년 아시아 최고 리서치하우스로 뽑혔다. 19개 업종 중 14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대만 유안타증권을 비롯해 유안타 홍콩, 상하이 등에서 현지 시장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200여명에 달한다.

그동안 국내 많은 증권사가 중국 상하이 홍콩 등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현지화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다. 특히 후강퉁 서비스는 중국 현지 증권사와의 제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제공해야 했다. 하지만 유안타증권은 중화권에 특화된 내부 조직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국내 투자자에게 소개된 적이 없는 중화권의 주식형, 채권형, 구조화 상품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국 본토 우량 채권에 일반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 중국본토채권형펀드를 선보였다. 또 홍콩항셍지수(HSI) 및 위안화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을 출시했다. 중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DLB)를 비롯해 업계 최초로 중국본토 우량 주식 300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를 기초로 한 파생결합상품도 내놨다. 또 선강퉁 시행에 앞서 선전거래소 주식을 미리 사둘 수 있는 선강퉁 펀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 종목 추천…‘모바일금융 강자’ 노려

유안타증권의 또 다른 강점은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장착한 인공지능 종목 추천 서비스 ‘마이티레이더’다. 사야 할 종목과 사고파는 시점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알려주는 서비스다. 옛 동양증권에서 서명석 사장이 직접 개발을 주도한 이 서비스는 25년간 축적된 국내 주식시장의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수급과 차트 분석, 기업 실적 등 ‘정석투자’의 3대 요소를 반영해 만들었다.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 국내 최초 서비스로 특허도 출원했다.

올해는 중국 본토주식 투자자를 위한 ‘후강퉁 티레이더’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개별 기업이나 업종 정보 등의 투자정보와 후강퉁 주식 매매 서비스는 물론 마이티레이더의 핵심 기능인 차트 매도 시점과 매수 종목 추천 등을 알려준다. 특히 장중에는 중국 투자 관련 시황 방송을 통해 중국 현지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도 제시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