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원 56%가 여성인 국내 유일의 '여초증권사'
임신사실 알리는데 부담없도록 첫반응·표정까지 매뉴얼로
이 기사는 03월17일(09: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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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먼저 '축하합니다!'라고 말할 것.'언제 임신한거야? 출산예정일은 언제야?' 등등 임신한 직원이 다른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체의 질문과 표정을 삼갈 것.
2.축하인사를 건낸 후에는 '잘 될 겁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라고 안심시킬 것. 출산 및 육아휴가 등 앞으로의 계획을 언급하지 말 것.
3. 인사 담당자와 임신한 직원의 멘토에게 알려서 업무강도를 조정받도록 할 것.
부하 여직원으로부터 '저, 임신했어요'란 보고를 받았을 때 골드만삭스 상급직원들이 보여야 할 반응이다. 여성 임직원들이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대처요령을 아예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사(V.P) 직급 이상의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교육받아야 하는 대응매뉴얼의 이름은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 우리 사회를 이어나갈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소중히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출산·양육제도를 맘놓고 쓰기엔 눈치 보이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스폰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출산과 육아경험이 있는 선배 여성 임직원 1~2명과 맺는 일종의 멘토제도다.
많은 회사들이 멘토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스폰서 프로그램은 서울지점 여직원들끼리가 아니라 전세계 지점의 외국인 여성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도록 한게 특징이다. 그 나라 고유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쩌겠니, 니가 참아야지'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유니슨 캐피털의 신선화 전무가 골드만삭스 기업금융부문(IBD)에서 근무할 때 멘토는 홍콩 아시아·태평양 본부와 일본지점에서 근무하는 홍콩인과 일본인 여성임원이었다.
신 전무가 둘째를 임신한 2009년 5월은 글로벌 PEF인 KKR을 자문해 오비맥주 인수를 막 성사시킨 뒤였다. 마무리 작업을 위해 새벽까지 일을 한 다음날 어떻게 알았는지 홍콩과 일본의 멘토들로부터 번갈아 전화가 왔다. "나도 임신 중에 대형 인수·합병(M&A) 거래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한참 고생했다"며 인사 담당자와 조율해 출산휴가를 예정보다 한 달 먼저 쓰게 해줬다.
IBD는 M&A 등 기업의 자본시장거래를 중계하는 부서다. 고객회사와 술자리가 잦고 소위 '형님마케팅'이 여전히 중요하다.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은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대표적인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 21곳(대만계 유안타증권 제외)의 IBD 인력은 총 130~140명. 이 가운데 여성은 단 4명이다. 이러한 '여성 불모지'에서 신 전무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임원(상무·Director)자리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고객사였던 유니슨캐피털이 전무로 영입할 정도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신 전무는 "국내에 단 4명 뿐인 외국계증권사의 여성 IB뱅커 가운데 3명이 골드만삭스 소속인 것은 '위대한 유산'과 같은 여성인력을 소중히 하는 프로그램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원 150명 가운데 56%인 84명이 여성인 골드만삭스는 국내 유일의 '여초증권사'이기도 하다.
나머지 1명의 여성 IBD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노무라금융투자 또한 법적으로 3개월인 출산휴가를 4개월까지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여성이 일하기 유리한 업무환경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금융투자가 여성인력을 중시하는 것은 선진국에 비해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참여가 낮은 일본과 한국의 노동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통화정책으로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를 탈피하려는 아베 현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캐시 마츠이 골드만삭스 일본 부대표는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경제학)'란 보고서에서 일본 여성의 노동참여 비율을 남성 수준(80%)으로 높이면 최대 15%의 경제총생산(GDP) 증대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동석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기업금융 공동대표는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인재를 육성해야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와 폭넓은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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