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사·정 대타협,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입력 2015-03-16 20:33
수정 2015-03-17 05:01
"낡은 노동시장체계 새로 바꾸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 절실
상대방 입장서 양보하는 용기를"

권 혁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hyuk29@daum.net >


노·사·정 대타협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커다란 시각차를 보여 왔던 노동시장구조개선 특별위원회가 이제 본격적인 협상만 남겨 놓았다는 소식이다. 이쯤 되면 다들 기대에 찰 법도 한데, 정작 시장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여전히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위기다. 이유가 뭘까.

노·사·정 대표자들에게 주어진 ‘역할의 한계’ 때문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나선 그들이지만, 이내 돌아서면 조직의 이익과 대면하게 된다. 혹여 조직의 기득권을 지켜내지 못했을 때 그들에게 쏟아질 내부의 비판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정 대타협이 ‘단체교섭’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4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노동시장 개혁 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 시점에서 총파업 투쟁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어 보인다. 노·사·정 대타협은 ‘교섭’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기 위한 자리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과제는 통상임금, 비정규직, 정년, 근로시간, 사회안전망이다. 다양해 보이지만 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낡아버린 노동시장 체계를 새 것으로 바꾸는 일이다. 노사 양측은 모두 불명확하고 모호한 제도 때문에 수차례 소모적 분쟁에 시달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일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영세 상공인들과 그 근로자들의 고단한 현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단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눈감아 왔을 뿐이다. 이 문제의 해법을 찾는 일은 노·사·정 어느 일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요, 어느 일방의 양보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제 진짜 필요한 것은 용기다. 진영의 논리와 조직의 이익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노·사·정 대타협을 회피하거나 주고받기식 생색내기에 그친다면, 조직의 비판은 비켜갈 수 있겠지만,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기득권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낫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히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노사관계다. 이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기업과 노동조합을 마치 경제 살리기의 ‘걸림돌’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당사자들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의 자율적 혁신노력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 기업의 경제활동을 더욱 존중하고 노동계의 고충과 바람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라는 한국 사회의 병(病)은 여러모로 고약하다. 치명적인 병이지만,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고통은 오로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영세 상공인들과 취약근로자들의 내면으로만 파고든다. 증상이 없다고 그대로 방치하면, 한국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 병을 단숨에 뚝딱 고칠 수 있는 특효약도 없다. 세부쟁점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노·사·정이 모두 함께 거시적인 안목으로 선진 노동시장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풀리지 않을 문제는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한다는 것이 이처럼 중요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어렵다. 노·사·정 대타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이 간다. 그래도 기대를 접을 수는 없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권 혁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hyuk29@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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