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이민 작년 249명 불과…그래도 한국이 낫다

입력 2015-03-15 20:35
해외 이민자수가 해마다 줄어 지난해 249명에 그쳤다고 한다. 외교부 해외이주 통계에 따르면 2003년 1만명 선, 2007년 5000명 선, 2010년 1000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해엔 200명대로 줄어 1962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1976년 사상 최대인 4만6533명이 낯선 타국으로 떠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반면 이민 갔다가 영구귀국한 역이민자는 2013년 3621명 등 해마다 3000~4000명에 이른다.

이민 감소 원인에 대해 한국의 생활여건이 높아져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아진 때문이란 게 외교부의 분석이다. 대중교통이나 의료·통신·금융 등의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선지 한동안 유행하던 은퇴이민이 시들해진 대신 귀농·귀촌자가 한 해 5만명을 웃돈다. 고학력과 외국어 능력을 갖췄으면 국내에도 좋은 일자리가 많다. 외국에서 3D 직업이라도 감수할 각오라면 국내에서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한국 사회에 끊임없이 저주를 퍼붓는 종북세력들조차 북한에 가서 살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는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한 설문조사에선 이민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는 사람이 76%에 달했다. 이민을 생각해 본 직장인이 10명 중 9명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지나친 경쟁, 보다 나은 자녀 교육, 각박한 삶, 심화되는 소득불평등, 은퇴 후 불안 등이 그 이?? 또한 세금폭탄이 싫어서, 취업난에 지쳐서, 잇단 사고로 불안해서, 정치가 싫어서 떠나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이민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없다. 새로운 도전과 역동성이 약화된 것이 이민 감소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물론 이민은 언어장벽, 낯선 환경과 문화적 차이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들의 역설은 자기비하라는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코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걸핏하면 한국 사회를 지옥처럼 묘사하는 강단좌파가 넘쳐나는 한국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민을 가지 않는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