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시뮬레이터 훈련 체험해보니
"국내 최초 EBT 시스템 도입"
[ 김근희 기자 ] 비행기 한 대가 활주로를 따라 달리며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순간 엔진 하나가 꺼졌다. 비행기가 급격하게 왼쪽으로 쏠린다. 오른쪽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지만 역부족이다. 기체가 계속해서 왼쪽으로 돌면서 결국 활주로를 벗어난다. 옆에 있던 다른 항공기와 부딪힌다.
"많이 놀라셨죠? 실제 상황이었으면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겁니다."
지난 10일 오전 모의비행장치(시뮬레이터) 훈련 체험을 위해 찾은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운항훈련동. B747 항공기 시뮬레이터 훈련을 지도하던 권창훈 기장은 웃으며 말했다.
시뮬레이터는 항공기의 비행 특성과 성능을 실제와 같이 만들어 가상 체험하게 하는 장치다. 조종석 창밖의 화면은 물론 기체의 움직임까지 실제와 똑같다. 아시아나항공은 B747, B777, A320(에어버스), A330 등의 항공기 기종에 따라 총 5대의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시뮬레이터 안에 들어서면 복잡한 기계들이 있는 조종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명칭도 어려운 기계의 버튼들이 잔뜩 늘어서있다. 조종석 창밖은 시시 ㎍㎎?바뀐다. 인천공항, 하늘 위, 홍콩과 유럽 같은 외국 공항 등 다양한 화면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야간에 수동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 권 기장은 비행경로를 유도하는 십자 선(Flight Director)에 맞춰 핸들을 움직이라고 지시했다. 계기판 위 네모 표시를 십자 선에 맞추면 된다. 그러나 쉽지 않다. 핸들이 뻑뻑하다. 급하게 핸들을 누르면 비행기가 앞으로 쏠린다. 바퀴를 내리고 착륙하기 직전. 지시에 따라 핸들을 올렸지만 항공기가 다시 떠버리기 일쑤다. 결국 항공기가 균형을 잃고 땅에 부딪혔다. 총 3번의 시도 끝에 거칠지만 무사히 착륙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장과 부기장들은 6개월에 한 번씩 4시간 동안 시뮬레이터 훈련을 한다. 1회 훈련에 15개 이상의 비상상황을 경험한다. 엔진이 꺼지거나 엔진에 불이 붙는 등 상황은 다양하다.
권 기장은 "실제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문 비상상황이지만 조종사의 기량 유지와 향상을 위해 대처 훈련을 늘 하고 있다"며 "항상 교육 뒤에는 평가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시뮬레이터 훈련을 더욱 강화했다. 올 1월부터 국내 항공사 최초로 '증거기반훈련(EBT)'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EBT 시스템은 각종 데이터와 사고 보고서 등의 자료를 시나리오 베이스 훈련 및 체크 리스트에 적용한 시스템이다. 실제 일어나는 비정상상황을 토대로 훈련하는 것.
EBT의 진행 방식은 이전의 시뮬레이터 훈련과 다르다. 이전의 훈련이 각 비정상상황의 대처 방안을 훈련한 후 그 다음에 심사가 이뤄졌다면 EBT는 평가를 먼저 한 후 훈련을 한다.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조종사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고 보강훈 쳄?한다. EBT 시스템은 약점을 보완하는데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EBT 시스템 도입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국토교통부와 신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자동화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비행 시 발생하는 문제들도 예전과는 달라졌다"며 "훈련 패러다임도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 EBT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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